20대 말에서 30대 초반이 대다수인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주당 60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은 장시간 노동이 과로사나 자살 요인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게임업계의 초장시간 노동이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 게임개발자들이 잇달아 과로사·돌연사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초장시간 노동이 이러한 요인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헐적·집중적 초장시간 노동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속인 최민 전문의는 게임개발자연대와 함께 지난해 초부터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을 조사·연구하고 있다. 그가 게임산업 종사자 4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나이는 25~29세가 24%, 30~34세가 40%를 차지했다. 35~39세는 20%였다.

게임산업 종사 경력은 5~9년 차가 31.9%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과 3~4년 차가 각각 28.7%와 22.7%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현재 일하는 회사의 근속연수는 1년 미만이 42.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3년 이상은 24%에 불과했다.

이직이 잦고 고용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실제 이직 횟수를 묻는 질문에 “5회 이상”이라는 답변이 21.7%로 가장 많았다. 4회나 3회도 11.6%와 14.2%로 적지 않았다.

이들은 게임개발자 혹은 아티스트라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당 40~52시간을 일하는 노동자가 54%로 절반을 넘었고 52시간 이상 일하는 이들이 20.1%나 됐다. 일상적인 과로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주 60시간 초과 근무자도 6.5%였다.

최 전문의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05.7시간으로 5인 이상 사업체 상용노동자 월평균 노동시간인 178.4시간보다 15% 이상 길었다”며 “특히 게임개발자들은 10명 중 6명(59%)꼴로 주당 52시간 초과근무를 했고 한번 출근하면 2~3일 동안 회사에 계속 머무르면서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개발자들의 장시간 노동의 특징은 ‘간헐적·집중적 초장시간 노동’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제한법 같은 제도적 대안 마련해야

그러면서도 이들은 포괄임금제에 묶여 초과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포괄임금제란 초과·휴일노동시간을 사전에 정해서 그에 따른 수당을 임금에 합산해 지급하는 임금제도다. 게임산업 종사자 절반 이상인 53.7%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았다. 10.4%가 “적용받지 않는다”고 답했고 35.9%는 자신이 어떤 임금제도를 적용받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실태조사에서 한 게임산업 종사자는 “자정을 넘어 퇴근해도 택시비만 지원해 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연봉에 포함된 기본 야근시간(포괄임금제)보다 더 일한 시간에 대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전문의는 “언제까지나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초장시간 노동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수련 또는 병원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전공의의 장시간 노동을 법률로 제한했듯이 제도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은 전공의의 업무 특성을 반영하되 △1주일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36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했으며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