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지난해 9월 SK브로드밴드 도급기사가 전신주에서 추락사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도급기사 사용을) 방치해 발생한 사고다. 사실상 공범 아닌지 묻고 싶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신·유료방송산업 개인도급의 문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홍근·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주최했다.

지난달 통신·케이블업체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IPTV·인터넷을 설치하는 도급기사가 정보통신공사업법상 불법에 해당한다는 미래부 해석이 나왔다. 미래부는 도급기사 사용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고용노동부는 도급기사가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도급기사는 급속히 확대했다.

박 국장은 “수년 동안 설치기사가 추락사해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불행한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미래부가 한 일이라고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조항과 고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한 것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계 있다” 핑계 대는 미래부·지자체

이날 토론회에서 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관계자들은 미래부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보통신공사업법이 지켜지는지 감시할 책임은 미래부에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은 법대로 공사업자를 지도·감독할 책임이 있다. 추혜선 의원이 지난해 12월1일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미래부와 지자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미래부는 지난달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실태조사를 요청했지만 지자체는 “인력부족과 권한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경상남도는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제재할 권한이 없고 위법사실을 발견하더라도 정보통신공사업자가 아니라 규제할 수 없다”며 “미래부가 실태조사 주체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실태조사 전문인력 부족으로 점검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답했다. 인천시도 같은 입장이다. 시는 “등록 허가권한을 갖고 있는 미래부가 우선 실사를 통해 위법한 사례를 발견해 시정조치를 하고, (미래부 주도로) 실태조사가 이뤄지길 건의한다”고 했다.

미래부는 지자체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시·도지사는 등록기준에 적합한지, 하도급이 적절한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소속 공무원이 공사업자의 실태를 조사·검사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조사와 감독은 지자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봉호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 사무관은 “불법사실이 나타나면 현장에 있는 분(지자체 공무원)들이 노력을 하면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면서도 “미래부는 (권한이 없어)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 300개 업체에 불과한데 조사도 못한다니”

노조는 미래부와 지자체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딜라이브·티브로드 협력업체는 전국적으로 300여개 안팎이다. 미래부와 지자체가 인력을 투입하면 충분히 점검과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해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장은 “당국자들끼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민다”며 “전국에 흩어진 사업자를 조사하자는 것도 아니고 300여개 업체를 조사해 감독하라는 건데 인력과 권한이 없다며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영열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장은 “지난해에도 추락사고가 발생해 산업재해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데 소관부처의 일 처리는 답답하기만 하다. 누가 (도급기사) 문제를 책임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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