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시무식 때 노사가 한번 잘 해보자고 하더니, 바로 그날 오후 경찰에 고소를 했더라. 회사가 뒤통수 제대로 쳤다."

지난해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으로 갈등을 겪었던 한국특수형강이 이번엔 회사의 '뒤끝' 고소와 징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금속노련과 노조에 따르면 한국특수형강 박아무개 경영기획본부장은 지난달 2일 언어폭력·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홍연국 노조 위원장을 부산 사상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달 초에는 조권제 공동관리인과 박 본부장이 노조간부와 조합원 9명을 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지난해 노조 파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문제 삼았다.

회사는 지난 8일 홍 위원장에게 △관리인·본부장 등 상급자에 대한 모욕행위 △업무방해 △사내질서 문란행위 등 9가지 징계사유에 대한 경위·진술서 작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홍 위원장을 징계하겠다는 얘기다. 노조는 "파업 보복이자 노조 길들이기"라고 반발했다.

국내 최대 일반형강 제조업체인 한국특수형강은 내수불황에 따른 재구구조 악화로 지난 2015년 12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도 경영정상화에 동참했다. 2014·2015년 잇따라 임금을 동결했고,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했다. 단협상 받아야 할 복리후생은 마다했고, 생산직 감원에도 동의했다.

2년 연속 허리띠를 졸라맸던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대비 6.1% 인상을 요구했다. 회사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노조는 같은해 10월18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50일을 넘어가자 회사는 지난해 12월7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중재신청을 냈고, 노조는 파업 51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후 부산지노위 중재재정에 따라 △2016년도 임금동결 △2016년 12월 말까지 조합원들에게 100만원씩 지급 △2017년 상반기 경영실적에 따라 7월에 10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선 셈이다.

갈등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노조는 사측의 연이은 고소·징계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 기간 중 마찰이 있어 노조가 먼저 노사협의회를 열어 감정을 풀자고 제안했는데도 거부하더니, 뒤늦게 고소 남발과 징계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쟁의행위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며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노사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라"고 촉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상벌위 개최가 확정된 건 아니다"며 "(형사고소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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