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선근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간사

부산교통공사가 지난달 19일 ‘부산교통공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운영비를 아껴 공사 적자를 메우겠다는 내용이다. 무인운전이나 무인역을 확대하고, 정비업무를 아웃소싱하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면 1천명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공사는 신규노선을 개통하면서 비정규직으로 채우거나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최악이다. “이러다 부산지하철이 부실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일노동뉴스>가 네 차례에 걸쳐 부산지하철을 진단하는 기고를 싣는다.<편집자>


부산교통공사 노사관계가 성과연봉제 일방도입과 구조조정, 노조간부 대량징계로 파탄 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흑자경영을 하겠다며 부산지하철 4호선 운영을 민간위탁하고 무인운전을 확대해 1천명을 감축하겠다는 부산교통공사 발표를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산교통공사는 매년 2천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적자는 2천80억원이었지요. 그런데 지난해 적자 중에 65세 이상 노인 무임비용 손실금이 1천200억원이고, 대중교통 환승으로 300억원의 손실금이 발생했습니다. 적자 2천80억원 중에서 72%인 1천500억원이 공공서비스에 의한 손실금입니다.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할 일을 공사가 했는데, 적자까지 떠안은 거죠.

구의역 사태, 안전업무 외주화 때문

부산교통공사가 노조를 탄압하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을 보며 이명박·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떠올랐습니다. 두 전임 시장 시절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도 업무를 민영화하고 인력감축 구조조정을 했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 두 명의 시장은 공사 사장을 대리인으로 세워 ‘창의혁신’을 내걸고는 노조를 배제하고 탄압했습니다. 부산시와 꼭 닮은꼴이죠.

서울메트로는 2007년 창의혁신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승강장 안전문과 전동차 경정비, 역사·구내운전·모터카 운행 분야를 외주화했습니다. 5개 분야 모두 안전과 밀접한 업무입니다. 당시 노조는 안전업무 외주화를 반대하며 투쟁했지만 서울시와 경영진은 강행했어요. 그 결과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강남역·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사고로 젊은 세 명의 비정규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한 정책은 비단 지하철 안전문 사고만 일으킨 게 아닙니다. 승객 377명이 중경상을 입은 서울 상왕십리역 사고도 근원을 찾아 들어가면 민영화와 외주화, 인력 구조조정이 있습니다.

지난해 구의역 사고 후 진상규명과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노사민정이 참여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했습니다. 진상조사단은 정부가 지하철 안전업무를 민영화·외주화하고 인력감축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한 것이 사고의 근본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싶거든 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서울시에 주문했죠.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노동이 존중받을 때 지하철 안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노동자·시민과 소통하시라

철도나 지하철은 네트워크산업입니다. 부산시가 안전하고 편리하고 좋은 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생산자인 노동자, 이용승객인 시민과 소통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질 좋은 공공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서비스를 누리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봅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서병수 부산시장께서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부산교통공사 경영진이 하는 노조탄압과 인력감축을 동반한 구조조정은 시장께서 지시하거나 동의하지 않고는 추진할 수 없습니다. 힘도 없는 공사 사장을 내세우지 말고 시장께서 직접 나서 노조·시민사회와 소통하고 대화하셔야 합니다. 부산지하철 노사갈등과 구조조정 문제를 뒷짐 지고 보고만 있으면, 역사는 서 시장을 사고 유발자로 지목할 것입니다.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오명을 쓰고 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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