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부산교통공사가 지난달 19일 ‘부산교통공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운영비를 아껴 공사 적자를 메우겠다는 내용이다. 무인운전이나 무인역을 확대하고, 정비업무를 아웃소싱하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면 1천명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공사는 신규노선을 개통하면서 비정규직으로 채우거나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최악이다. “이러다 부산지하철이 부실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일노동뉴스>가 네 차례에 걸쳐 부산지하철을 진단하는 기고를 싣는다.<편집자>


부산교통공사는 지난달 19일 △조직·인력구조 개선 △근무형태 개선 △운영시스템 개선 등 3대 분야 22개 과제를 담은 재창조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비핵심 분야 외주화, 역사관리 아웃소싱 및 무인역사와 관리역제(3~4개 역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제도) 확대, 야간근무 축소와 비숙박 근무 확대, 유연적인 직군체제 도입, 3급 이상 성과연봉제 확대, 3호선 무인운전 시행 검토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공사가 이번에 추진하는 재창조 프로젝트는 그동안 국내 지하철 운영기관(민자사업 포함)에서 실시된 구조조정의 종합판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만큼 지하철 안전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우려가 깊다.

우선 비핵심 분야 외주화는 철도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면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철도는 차량·전력공급설비·선로시설·신호제어설비·정보통신설비·역 등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면서 운영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협업과 통합적인 운영이 매우 중요한 산업인데 특정부문이 외주화되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진다. 원청과 외주회사 간 소통이 잘 안 될 수 있고, 외주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해지면서 문제가 누적될 수 있다. 비상상황이나 돌발상황 발생시 적절한 대처가 되지 않으면서 사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물론 재창조 프로젝트 추진 근거가 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영진단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제시했듯이 원청이 외주회사들과 서비스수준 협약을 맺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주회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드러나면 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곪아 터지기 전까지는 문제를 숨길 가능성이 있다. 이미 외주회사와 서비스수준 협약을 맺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1월3일 외주회사가 폭증하는 수하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수하물 대란이 야기됐다. 그런데 이전부터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국회의원들이 외주회사 수하물 처리에 문제가 있음을 계속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공사는 수하물 대란 사태가 발생한 후에야 부랴부랴 현장점검을 통해 외주회사의 초기 조치가 부실했음을 밝혀낸 것이다. 서울메트로에서도 구의역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PSD 유지·보수·관리 외주회사였던 은성피에스디가 1인 근무를 하면서도 2인 근무를 했다고 원청에 허위보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살인적인 1인 근무로 인해 19세의 젊은 외주노동자가 삶을 마감해야만 했다.

무인역·관리역 제도나 3호선 무인운전도 당장 인건비는 절감하겠지만 비상이나 돌발상황 발생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민안전에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교통약자들에게는 역무원이 없으면 이용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민편익도 저해한다. 유연적인 직군체제 도입은 다기능화를 통한 인력효율화가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다기능화는 유지·보수 노동자들에게 업무 부담을 증가시키고 숙련형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보면 정비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최적의 정비가 되지 못하고 정비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지하철 안전이 점차적으로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비숙박 근무 확대는 야간근무를 줄인다는 명분이지만 지하철의 특성과 노동자들의 피로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허점이 있다. 지하철은 밤늦게 운행을 마감하고 새벽에 다시 첫차가 나가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숙박을 하면서 운행을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차량을 직접 몰아야 하는 승무인력이 날씨나 기타 불가항력 요인 등으로 출근을 제때 못한다면 열차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숙박을 하지 않고 출퇴근하게 되면 피로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9호선(민자사업) 승무·역무 노동자들은 비숙박 근무로 새벽출근을 하고 있는데 높은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하면 열차운행에 지장이 생기면서 지하철 안전이 위협받는다. 마지막으로 성과연봉제는 철도처럼 협업과 통합적인 운영이 매우 중요한 산업에서 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성과연봉제가 강제되면 조직과 조직은 물론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협업과 통합적 운영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합해 보면 공사가 추진하려는 재창조 프로젝트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민안전은 물론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사는 연간 400억원을 절감하기 위해 마른 수건 짜듯이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도 공사의 경영적자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안전만 악화시킬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은 이윤보다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안전을 매일 책임지는 지하철 공기업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러므로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부산시가 책임을 지고 재창조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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