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7.1.12 선고 2013가합53613·2013가합65883(병합)·2014가합59366(병합) 판결


1.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서비스기사들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내지 불법 파견관계를 주장하며 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들 소를 일부 각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가. 퇴사자들에 대한 소각하 판단

대상판결은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위 원고들이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음을 매개로 사실상 그와 같은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일 뿐 처음부터 피고 회사가 위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은 아니어서, 협력업체와 맺은 근로관계가 종료하면 피고 회사 사이에 성립한 근로자, 사용자 관계도 종료한다”며 협력업체에서 퇴사한 원고들에 대해 근로자지위확인 소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소를 각하했다. 또한 법원은 고용의사표시 청구를 하는 원고들에 대하여 “협력업체와의 근로계약이 이미 종료됐다는 점에 있어서도 (고용의사표시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6조3항 단서와, 현 파견법 제6조의2 2항은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의 고용의제·고용의무 규정 적용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이 협력업체에 퇴사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이를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고용의제·고용의무 규정 적용을 반대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관계에서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원청에 고용의제와 고용의무를 요구한 원고들이 규정 적용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했다고는 볼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고용의제 사건(2010가합112511 등)에서 퇴직자의 경우에도 소의 이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본안 판단을 했고 퇴직 이후 기간이 경과한 후 소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신의칙 주장을 했으나 이 주장도 배척한 바 있다.

법 규정과 종전 판결에 비춰 볼 때 대상판결의 판단은 문제가 있다.

나. 불법파견에 중요한 사실 누락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에서의 파견 표지에 해당하는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인정했다.

첫째,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에 대해 원청 감사실이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의 부정·부실을 감사해 그 결과를 가지고 직접 서비스기사들과 면담해 퇴사 처리됐다는 사실, 원청이 고객 응대 불만의 경우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 중 행위 귀책자를 직접 선정해 행위귀책자 교육을 했다는 사실을 누락하고, 원청이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의 수리건에 대해 해피콜을 실시해 그 결과로 CMI(CS Monitoring Index, 고객만족도), MOT(Moment Of Truth) 점수를 입력하고 외근 서비스기사들의 전산시스템(애니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방문시간을 입력하도록 해서 방문적중률을 관리하며 이를 근거로 협력업체와 서비스기사들에게 실적 압박을 했다는 사실이 문자·이메일 등으로 확인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둘째,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2014년께까지 원청 직원이 센터장·상황실장으로 센터를 운영했고 같은 센터에 원청 정규직 서비스기사들도 있었으며 전체 조회를 정기적으로 주재했다는 사실을 누락하고, 현재 7개 삼성전자서비스 직영센터에서 정규직 서비스직원들이 휴대전화·노트북 수리 등 협력업체 내근 서비스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고 이는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 서증으로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 직영서비스기사들은 난수리, PL(Product Liability·제조물 책임) 등 특수건만을 처리했다”고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인정을 했다.

셋째,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에 대해 협력업체가 고유 기술을 투입한 적 없다는 사실 등을 누락했다.

다. 불법파견의 근거를 컨소시엄 사업 또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방안으로 정당화

대상판결은 불법파견의 근거로 볼 수 있는 원청의 채용관여, 업무교육 및 평가 시행, 원청이 협력업체에 전산시스템 제공,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기사들에 대한 매월 평가를 토대로 협력업체에 성과인센티브 지급 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컨소시엄 사업 또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방안의 하나로 합리화했다.

대법원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중략…)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즉 대법원은 원청과 협력업체 간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원청이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실질을 파악해 파견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오고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실질이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인지를 면밀히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원청과 협력업체 간 ‘하도급공정거래협약서’ ‘중소기업직업훈련컨소시엄 약정’이라는 ‘형식’을 근거로 파견의 표지를 모조리 부인해 버렸다. 계약의 명칭이 ‘도급’인지 아닌지가 파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듯이, 하도급공정거래협약서나 중소기업직업훈련컨소시엄 약정이 있는지가 파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라. 불법파견의 근거를 균일한 서비스 수준 유지를 위한 것으로 정당화

대상판결은 원청의 업무교육 및 평가 시행, 업무매뉴얼 제공, 성수기 인력운영에 관한 협의와 일부 협력업체로부터 인력충원서약서를 제출받은 것 등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균일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또한 정당화했다. 협력업체가 계약의 내용을 이행할 독자적인 능력이 안 돼서 원청이 직접 서비스기사들에게 교육 및 평가를 하고 업무매뉴얼을 제공해야 하고 인력운영까지 관여하는 관계를 진정한 도급이라고 본 것은 민법상 도급의 개념을 위법하게 확대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파견법의 취지를 몰각한 부당한 해석이다.

마. 소결

대상판결은 파견법 취지에 반해 퇴사자에 대해 소 각하 판단을 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파견 판단 표지의 근거가 되는 주요사실을 누락하고, 실질이 아닌 형식에 근거해 파견 실질을 부인했으며, 도급의 개념을 위법하게 확대하는 등 문제가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