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7일 친정 격인 한국노총을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한국노총 건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후 사무총국에 인사를 하러 들렀는데, 거세게 항의하는 간부들에게 쫓겨나다시피 건물을 떠났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김 비대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니어노조 서울지역본부 위원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시니어노조 조합원인 김 비대위원은 전한태 서울본부 위원장과 중학교 동창이다.

김 비대위원은 축사 후 대회의실 바로 옆에 있는 한국노총 사무총국에 인사를 하겠다며 들어갔다. 하지만 초입부터 "여기가 어딘데 당신이 들어오냐"는 고함소리와 맞닥뜨렸다.

당황한 김 비대위원이 "나도 한국노총 출신이고 시니어노조 조합원"이라고 얘기하자 간부들은 "한국노총에 당신 같은 조합원은 없다"며 "나가시라"고 맞섰다.

시니어노조는 한국노총회관에 입주해 있긴 하지만 가맹조직은 아니다. 시니어노조 조합원인 김 비대위원이 한국노총 조합원은 아닌 셈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지도위원을 지냈다.

김 비대위원은 한국노총의 문전박대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손님한테 이러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에 사무총국 간부들은 "(한국노총은) 초대한 적 없으니 나가시라"고 소리쳤다.

한국노총 간부들이 김 비대위원에게 격한 반응을 보인 데에는 그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자유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정당한 통치행위"라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한 간부는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인의 인사를 받을 이유도 없고, 불청객을 반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벌어진 소동에 시니어노조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치와 무관한 행사인 데다 (김 비대위원은) 조합원 자격으로 참석해 축사를 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김 비대위원이) 대선에 나가기 위해 얼굴을 알리려고 일부러 (탄핵 기각 같은)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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