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A씨는 2016년 5월 회사 회식자리에서 남자 직원 2명으로부터 “왜 이렇게 야한 속옷을 입었냐”는 말을 들었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잇따랐다. A씨는 해당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돌아온 건 해고 통보였다.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사실을 올리자 회사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1차)했다.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해 8월 유서를 작성한 뒤 자살을 시도했고, 회사는 유서 내용을 문제 삼아 A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또다시 형사고소(2차)했다.

언론노조가 7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자인소호는 직장내 성희롱·성추행 피해자 A씨를 해고하고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했다”며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고소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10개월간 A씨는 병원과 검찰·법원을 오가며 평생을 안고 갈 상처와 싸웠다”며 “이번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사측의 전형적인 보복과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달 2일 서울북부지법은 회사가 제기한 1차 고소와 관련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게시한 글이 허위라거나 피해자가 허위임을 인식하고 글을 게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2차 고소에 대한 공판은 9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다.

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판계 종사자 10명 중 7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8.4%가 언어적·신체적 성폭력을 당했으며, 가해자는 직장상사가 56.6%로 가장 많았다.

회사는 지난 6일 노조의 기자회견 일정이 공개되자 A씨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노조에 전해 왔다. 노조는 “회사는 말로만 사과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입은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상하고, 법적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