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헌일 부산공공교통네트워크 사무차장(경영학 박사)

부산교통공사가 지난달 19일 ‘부산교통공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운영비를 아껴 공사 적자를 메우겠다는 내용이다. 무인운전이나 무인역을 확대하고, 정비업무를 아웃소싱하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면 1천명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공사는 신규노선을 개통하면서 비정규직으로 채우거나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최악이다. “이러다 부산지하철이 부실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일노동뉴스>가 네 차례에 걸쳐 부산지하철을 진단하는 기고를 싣는다.<편집자>


2015년 10월 부산교통공사 경영진은 엘리오앤컴퍼니과 한국능률협회에 의뢰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영진단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연구용역에서 부산교통공사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민영화를 통한 효율성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라고 제안했다.

경영진단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현재 부산교통공사가 직면한 현안들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돼 있다. 그중 중장기 5대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저효율·비핵심 업무의 외주화”와 “요금제 현실화와 한국거래소 상장”이 중장기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부산지하철을 민영화하자는 의견이다. 이것은 결국 서병수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대중교통중심도시 부산’의 비전을 포기하라는 보고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공기업에서 비효율성은 불가피

서병수 시장이 취임 후 ‘대중교통중심도시 부산’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을 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했다. 자동차 수요를 억제하고 대중교통 중심적인 미래도시 비전은 상상 그 자체로 즐거웠다. 하지만 이번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을 보면서 서병수 시장이 제시한 대중교통 중심도시의 위상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민영화가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건설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일까. 과연 외주화가 대중교통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일까. 과연 시민의 생명과 효율성 중 어떤 가치가 우선일까.

비용-편익 관점에서 공기업을 접근할 경우 비효율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공기업의 목적은 영리기업과 다르다. 공기업의 중요한 1차적 목적은 다수 시민을 위한 공공성 확보다. 1차적 목적이 위협받는다면 수단적인 목적인 영리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단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기업 고유의 목적을 포기하는 경영을 할 수는 없다.

구조적 문제 제쳐 놓고 신규노선 건설 급급

부산교통공사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안은 수입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바, 부산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인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운영수입 감소는 필연적이다. 그리고 다른 수입원천을 통한 수입증대 방안도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이윤을 확보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신규노선 투자를 줄이거나 인건비를 절감하거나 기타 경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공사는 신규노선 투자를 줄이는 방식의 경영개선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새로운 도시철도 노선이 계속 건설되고 있고 운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역 토건세력과 부동산 투기세력, 그리고 정치권과의 이해관계 합치로 과도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새로운 노선을 건설했고, 새로운 적자는 계속 누적됐다.

그런데 경영예측에 실패한 그들에게 누구도 잘못을 묻지 않는다. 부실의 화살은 오롯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노동자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일의 양이 늘어나고, 시간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안전 관련 부문은 비핵심부문으로 구분돼 외주화 대상이 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 가장 중요한 도시철도의 공공성과 안전성은 조금씩 위협받게 된다. 그리고 그 위협 속에 부산시민들은 고스란히 노출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지속가능성인가.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첫 화면에 나타난다. “행복한 부산도시철도, 부산시민을 위한 편리한 생활공간, 안전하고 편리한 품격 있는 선진도시철도.”

부산교통공사는 과연 누구의 행복을 위해 달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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