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올해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지갑을 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화한 소비심리가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나, 민간소비가 둔화하면서 경기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에 따르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설비투자에서 20.7% 늘어 2015년 같은달보다 10% 증가했다. 기계류 설비투자 개선은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102.1%)이 지난해 8월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덕을 봤다.

KDI는 일부 산업 설비투자 개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 평균가동률과 설비투자 BSI(기업실사지수)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달(73.8%)보다 낮은 73%를 기록하며 생산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11월 10만2천명 감소(2015년 11월 대비)에서 지난해 12월 11만5천명 감소로, 하락세가 더 커졌다.

위축된 소비심리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은 내구재 등 판매 감소로 인해 전월(3.2%)보다 낮은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9%)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0%)와 자동차 등 내구재(마이너스 2.3%)는 부진했다.

1월 중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생활형편과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지난달(94.1)보다 떨어진 93.3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100보다 크면 그 반대다.

KDI 관계자는 "1월 소비자물가가 2%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유가 등 공급측 요인에 주로 영향을 받은 결과라서 경기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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