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중심에 노동이 있어야 한다."

지난 1일 공식업무를 시작한 김주영(55·사진) 한국노총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리셋 코리아"와 "노동"이었다. 노동이 존중받는 평등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같은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위원장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주영 위원장은 "기업 중심 경제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 역대 정권에서 증명됐다"며 "리셋 코리아는 노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친노동자 정권 창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앞서 춘천교도소에 수감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면회한 김 위원장은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힘을 모으자는 결의를 다지고 왔다"고 말했다.

"소통 강화해 내부 통합"

- 임기를 마석 모란공원 참배와 한상균 위원장 면회로 시작했다. 한 위원장을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나.

"사실 광장의 촛불민심을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한상균 위원장이었다. 한 위원장의 노력이 촛불로 이어졌다고 본다. 한 위원장도 지난해 12월9일(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 이후에는 '감옥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더라.(웃음) 한 위원장에게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사회의 불합리함을 해소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연대하고 투쟁하자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양대 노총이 신뢰를 가지고 기득권 세력에 맞선 투쟁을 함께하자고 말해 줬다. (한국노총이) 밖에서 힘 있는 투쟁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 내부 통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노동진영이야말로 진보운동을 하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자기가 맡고 있는 일이나 사업영역에 따라 우리 내부에서 진보니 보수니 편가르기를 한다. 한국노총이 100만 조합원이라고 하는데 선거 때마다 항상 정치문제로 갈라져 서로 반목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부를 아울러서 하나로 가 보자는 호소가 (선거인단에게) 먹혔던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려고 한다. 일방소통이긴 하지만 몇 년 동안 많은 분들과 문자메시지로 소통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조합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안을 만들어 보려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한국노총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문제라면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 청년실업과 일자리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공공부문의 경우 할 일이 많은데도 정부가 정원과 예산을 묶어 놓는 바람에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공부문 고용률이 최하위다. 사회복지 관련 공공기능을 확충한다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서도 양극화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서 볼 수 있듯 국민의 생명·안전에 관련된 업무에는 비정규직 사용을 금해야 한다. 안전매뉴얼을 보면 1인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업무들이 있다. 그런 곳에는 반드시 2명 이상이 나가도록 하면 양극화 해소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다."

김주영 위원장은 임원선거 과정에서 경기도 시흥에 있는 제조현장을 방문한 경험을 소개했다.

"원·하청 간 문제가 심각하다. 시흥에 있는 제조공장을 갔는데 기술개발이나 내부 사업장을 혁신해서 원가절감을 해 놓으면, 다음 연도에 원청이 전부 체크를 해서 원가절감만큼 납품단가를 깎는다. 열심히 일해서 수익을 조금 늘리면 뭐하냐는 거다. 원청이 쥐어짜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해도 자기들한테 돌아오는 게 없다고 한다. 원·하청 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 정기훈 기자

"노동 이해하는 친노동자 정권 세우겠다"

조기대선이 가시화하면서 한국노총 정치방침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대선 지지후보를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노총은 2007년 대선 때 조합원 총투표로 이명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후보로 정했다.

- 조합원 총투표로 대선 방침을 정할 생각인가.

"일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한국노총의 명운이 걸린 문제는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고 중앙에서 집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렇게 할 것이다. 정치문제로 상층부가 갈라지는 것보다 조합원 총의를 모아 가는 게 옳다고 본다. 시간이 촉박한데, 방법은 찾기 나름이다."

- 친노동자 정권을 세우겠다고 했는데.

"노동을 이해하고, 노동자를 위해 말이 아닌 실천을 할 정치세력, 일하는 사람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정치세력을 지원하고 만들어 내는 게 한국노총의 중요한 과제이자 임무다."

- 누가 친노동자 후보인가.

"조합원 총투표를 앞두고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조합원들은 이미 누가 친노동자 후보인지, 어느 정당이 친노동자 정당인지 잘 알고 있다. (대선 주자들에게) 한국노총이 주문하는 사항이 있을 거다. 거기에 맞는 답을 내놓는 후보들을 평가해 조합원들에 소상하게 알리고 선택하도록 할 생각이다. 대통령 당선 전과 후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다. 처음 약속한 말과 이후 행동이 달라지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 하기야 그런 (말과 행동이 달라질)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히겠나. 국민이 다 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사회적 대화 가능"

- 사회적 대화를 강조해 왔는데. 대정부 교섭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리 사회가 신뢰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전력 분할 민영화 때 (정부와) 세게 붙기도 했지만 결국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풀었다. 그래서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대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2~3년 새 그 믿음이 깨져 버렸다. 신뢰의 문제다.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된 내용은 (합의 주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지 못한다면 미안한 생각이라도 가져야 한다. 노동자를 타도 대상으로 삼거나 희생만을 요구하는 건 올바른 대화 자세가 아니다."

-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가능성은 있나.

"지금 노사정위원회에 한국노총 한두 사람 들어가서 무슨 사회적 대화를 이끌겠나. 정권교체 이후 노사정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혔을 때에는 사회적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균형이 잡히기 전에는 복귀할 수 없다."

- 어떤 한국노총 위원장이 되고 싶은가.

"신뢰받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 늘 초심을 유지하는지, 내 마음이 변질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볼 것이다. 부족한 점은 분명 있을 거다. 모든 일에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 임기가 끝날 때 조합원들에게 '아, 김주영이 우리 뒤통수는 안 쳤구나' 이런 평가를 받고 싶다.

지금 당장은 노동을 이해하는 정권을 만들어 무너진 노동권을 회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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