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를 이끈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만난 곳은 ‘광장’이 아니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이들은 머리를 맞댔다. 지난 1월12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공동주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비상국민행동과 야 3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과제 통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국정농단·부패 게이트 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이후 촛불광장과 국회가 적폐 청산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비상국민행동은 6대 긴급현안 해결을 야 3당에 요구했다. 국정교과서 강행 저지, 고 백남기 농민 특검 실시, 언론장악 방지법 제정,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 재구성, 사드 배치 철회, 성과연봉제 중단이 그것이다. 야 3당은 “촛불광장 요구를 받아 안아 야 3당은 공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월 임시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흘러가 버렸다. 개혁입법과제는 실종됐고, 대선 주자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2월 임시국회가 개막됐다. 이번 임시국회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통령 선거 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국회가 될 전망이다. 비상국민행동과 야 3당이 개혁입법과제 처리를 약속한 마지막 시한이기도 하다.

이번 임시국회는 교섭단체 기준 4당 체제의 첫 시험대다. 사실상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법안처리를 두고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각당은 공조보다는 주도권 경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검찰개혁·경제민주화·언론개혁법안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연령을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하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범죄를 수사하는 기구를 설치하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도 포함됐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자는 취지다. 바른정당은 국회의원 소환법, 육아휴직 3년법 등을 우선 처리과제로 꼽았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법안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4대 노동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이 여기에 해당된다.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는 크다. 물론 좁혀지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안’에 관한 것이다. 소액주주의 권리행사를 위한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기업의 불법행위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때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정도로는 적폐 청산과 개혁입법 처리라고 규정하기 곤란하다. 탄핵 정국이 아니더라도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소야대 4당 체제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적폐 청산과는 거리가 멀고, 개혁을 지연시키려는 처사로 보일 정도다. 각당은 대선주자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니 조기 대선을 앞둔 임시국회에서 어떠한 법안도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적폐 청산과 국가 개혁을 요구한 촛불광장과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여전히 엇박자인 셈이다.

야당은 이런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일하는 국회를 자처한 20대 국회가 아까운 시간만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적폐 청산의 공은 국회로 넘어온 지 오래다. 머뭇거리기만 한다면 야당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이 언제든 국회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국정농단과 부패의 주역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야당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야당들은 비상국민행동이 요구한 6대 개혁과제를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찰떡 ‘공조’부터 복원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도 야당의 공조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2월 임시국회는 적폐 청산과 국가개혁의 첫걸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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