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16년째 서울지역 한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이혜선(가명)씨는 시댁에 얄미운 며느리이자 동서로 찍혔다. 2001년 면세점에서 일한 이후로 설과 추석 때 시댁에 얼굴을 비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가 일하는 면세점은 스케줄 근무를 하는 탓에 명절 연휴 때도 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하루 정도 쉰다.

시댁에 못 가는 날이면 “너네 회사 일은 혼자 다하냐”는 핀잔을 시어머니한테 들어야 했다. 벌써 16년째 반복되는 일이지만 명절 때면 어김없이 기분이 울적해지고 만다. 남편과 아이가 없는 집을 혼자 지켜야 하는 데다 시댁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씨는 “떡국은커녕 명절 연휴 때마다 혼자 해 먹는 게 귀찮아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며 “죄인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씨처럼 면세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명절 연휴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올해 설 연휴 때 직장인들은 4일을 쉬었지만 유통업종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루 또는 이틀만 휴무했다. 대형마트는 명절이 대목이다. 공항면세점은 연휴를 이용해 외국여행을 하려는 승객들로 붐빈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86만9천312명으로 연휴 중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내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항상 붐빈다.

2일 서비스연맹과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 연휴 동안 대형마트·백화점·면세점의 의무휴업일 지정을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설날 당일인 지난달 28일 국내 대형마트 3사 점포 10곳 중 7곳은 정상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418개의 점포 중 휴점을 한 곳은 113곳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명절 연휴 동안 영업을 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시민들처럼 고향에 가고 싶고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며 “기업의 결단과 국회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김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을 늘리고, 백화점·시내면세점의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마트는 매주 일요일, 백화점은 매주 1회, 시내면세점은 매월 1회 문을 닫도록 했다. 설날과 추석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