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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상시 노사협의체가 필요하다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오늘날 한국의 일자리 질서가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처하게 된 데에는 기존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제도의 작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노동계급 전체의 사회통합을 겨냥하면서 포괄적인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성격을 갖는 노동시장 제도와 산업별 노사관계의 관행 및 제도가 활성화된 서북부유럽 선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상황이 우리와 대조를 이루는 것은 제도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증명한다. 여기에 기업의 단기이윤추구적 전략선택과 정부의 미흡한 정책가동이 그와 뒤섞여 한국의 파행적 노동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거기에 많은 인구가 연루돼 '헬조선'이라고 비하되는 이 나라에서 절망과 한숨의 노동을 이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조합 역시 이 문제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한국에서는 그간 얼마나 공익지향적이고 연대지향적인 방식으로 노조의 선택이 이뤄졌는가. 객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의 행위 역시 종래의 제도적 조건에 의해 상당 부분 규정을 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익집단이자 대중조직인 노조로 하여금 다짜고짜 이타적 선행집단이 돼 주기만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요는 주어진 제도적 조건하에서 이뤄진 행위자들의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일자리 질서 불균형,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그러할진대 행위자들의 행위정향의 급작스런 변화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면적이든 부분적이든 새로운 제도적 기획이 불가피하다. 즉 노사 모두로 하여금 일자리 질서의 불균형을 제어하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극복해 낼 새로운 행위전략을 수립하고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구축돼야 한다.

만일 그것이 미래지향적이고 선제적인 목적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당면한 산업 구조조정이 불러올 극심한 고용위기를 제어하는 것, 그리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도전에 맞서 효과적인 응전을 도모하는 것 등이 그러한 미래적이고 선제적인 성격을 갖는 핵심과제라 할 수 있다.

권력교체기를 맞이해 노사관계쪽 ‘선수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정부하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재구상할지를 놓고 다양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회적 대화 체제는 노사관계 체제의 부분체제(partial regime)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그것은 노사관계 내지 노동이해 대변방식의 제도적 재구조화 문제와 맞물려 있지 않을 수 없다.

핵심 관건은 그것이 어떻게 지금의 불균형한 노동시장 질서를 개혁하는 데 효과적으로 복무하도록 할 것인가에 있다. 기존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시스템 자체도 결과적으로 현재의 고용체제 위기를 초래하는 데 기여해 온 것이기에 그에 대한 타당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새로운 제도적 기획과 아이디어 구상을 활발하게 전개해 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필요한 대안 가운데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업종별 상시 노사협의체의 제도화다. 업종 수준의 사회적 대화체는 한국의 사회적 대화 체제하에서는 아직까지 낯설고 미발전된 영역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기존의 기업별 노조 시스템과 중앙정부 주도로 기울어진 사회적 대화체의 불완전한 운영이라고 하는 동전의 양면을 지닌 한국형 노사관계 체제의 한계 극복의 단초가 숨어 있다고 생각된다. 고용불평등에 대한 효과적인 제어에 있어서나, 고용위기에 대한 타당한 대응책 마련에 있어서나, 또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준비하면서 고용과 일자리 질서의 대안을 모색함에 있어서나, 업종별 노사협의체는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고 하는 고용형태상의 평면적인 대당구조를 넘어, 산업 내지 업종이라고 하는 수직적인 구조단위를 놓고 해당 산업의 일자리 질서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고용인구의 미래지향적인 재배합을 모색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위한 사회적 대화체가 노사 주도하에 작동한다면 이는 매우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조선업종을 비롯한 위기산업 영역에서부터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업종별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1·2·3차 산업혁명까지 모두 정부 주도성을 면치 못했던 우리나라 산업·고용정책의 한계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부터 사회적 파트너십을 강화시키는 식으로 끌고 가면서 극복하려는 의지를 실현한다면 업종별 노사협의체는 더욱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닐 것이다.

제도적 제약과 행위자들의 미성숙은 당연한 한계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안배를 위해 노력하면서 그 연장에서 산업별 및 지역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 같은 제도적 얼개를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적지 않은 성취를 거뒀다. 그러한 시도가 왜 ‘직능’의 영역에만 머물러야 하는가.

고용을 위한 업종별 상시노사협의체의 제도적 강화는 노사관계 성격 자체의 변화에 있어서나 그간 보인 사회적 대화 체제의 한계를 극복함에 있어서도 큰 함의를 가진다. 바야흐로 권력교체기를 맞아 우리의 파행적인 노동시장 질서를 재구조화할 새로운 대안을 담은 혜안들이 보다 풍부히 구체화되길 기대한다. 현실이 절박한 만큼 새로운 정책의 꿈은 아무리 야무져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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