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대상판결 : 창원지방법원 2017.1.11 선고 2016카합10286 결정


1. 사실관계

① 한화테크윈에는 창원공장의 현장직들을 중심으로 한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금속지회)와 판교 사무직들을 중심으로 한 한화테크윈노동조합(기업노조)이 있고, 양 노조는 모두 2014년 12월께 설립됐다.

② 금속지회의 최초 교섭요구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2015년 1월23일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

③ 기업노조는 사용자와 2015년 12월15일 유효기간을 2015년 3월1일~2016년 2월28일로 하는 임금협약과, 유효기간을 2015년 12월15일~2017년 12월14일로 하는 단체협약을 동시에 체결했다.(즉 효력발생일이 서로 다른 두 개의 협약을 동시에 체결.)

④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 1항은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의 종기(終期)에 대해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된 후 '사용자와 체결한 첫 번째 단체협약'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2년이 되는 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⑤ 사용자는 2015년 12월15일에 체결한 임금협약과 단체협약 중 효력발생일이 늦은 단체협약이 '사용자와 체결한 첫 번째 단체협약'에 해당하므로, 기업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2017년 12월14일까지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속지회는 효력발생일이 빠른 임금협약을 기준으로 해서 2017년 2월28일까지라고 주장하며 2016년도 임금협약 효력만료일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1일 교섭요구를 했으나 사용자는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에 따른 교섭요구사실 공고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⑥ 이에 금속지회는 사용자를 상대로 지난해 12월1일자 교섭요구에 대한 교섭요구사실 공고절차를 이행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금속지회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사용자에게 교섭요구사실 공고절차를 이행하라고 판시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교섭절차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동조합과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것으로 불가피성이 있으나, 한편으로 이 제도는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제한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의 판단에 있어서는 소수노조를 포함한 여러 노동조합에 소속된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공익상 필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옛 노조법 제35조는 원칙적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 임금협약 유효기간은 1년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현재에도 단체협약 2년, 임금협약 1년으로 하는 관행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고용노동부는 업무매뉴얼을 통해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을 '2년±α'로 도표에 표시했고, 교섭대표노조가 체결 가능한 임금·단체협약 횟수를 1년 유효기간의 임금협약 2개와 2년 유효기간의 단체협약 1개로 예시했다.

ⓓ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입법자는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을 정함에 있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후 아직 체결되지 않은 임금협약을 포함한 단체협약 중 효력발생일이 가장 앞선 단체협약을 기준으로 해서 이를 포함한 유효기간 2년의 단체협약 1개와 유효기간 1년의 임금협약 2개를 체결할 수 있도록 그 지위 유지기간을 정할 의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이 사건에서도 채무자(사용자)의 주장에 따를 경우 기업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약 2년10개월이 돼서 부당하게 길어지고 체결할 수 있는 임금협약 수도 3개로 소수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제약이 과도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된 후 사용자와 체결한 첫 번째 단체협약이 2개 이상일 경우, 그중 효력발생일이 가장 앞선 이 사건 임금협약을 '사용자와 체결한 첫 번째 단체협약'으로 봐야 한다.

3. 검토

가.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 1항의 문제점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 1항은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의 종기(終期) 산정은 '교섭대표노조 결정 후 사용자와 체결한 첫 번째 단체협약'(첫 번째 협약)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를 문언 그대로 해석하다 보면 현장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가 문제될 수 있다.

첫 번째 협약이 교섭대표노조 결정일보다 소급효를 갖는 경우다. 예컨대 어떤 이유로 교섭 중이던 임금협약이 1년 동안 체결되지 못했고, 이후 새로 결정된 교섭대표노조가 임금협약을 먼저 체결해 교섭대표노조 결정일보다 1년가량 앞서는 소급효를 두는 경우,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1년으로 부당하게 짧아질 수 있다.

첫 번째 협약이 장래효를 갖는 경우에는 반대로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이 부당하게 장기화할 수 있다. 예컨대 첫 번째 협약의 효력발생일을 체결일보다 6개월 뒤로 정하면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3년을 훌쩍 초과할 수 있다. 이 사건처럼 같은날 두 개 이상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다. 이 경우 어느 것이 '첫 번째 협약'인지가 문제된다.

나. 대상판결의 타당성과 한계점

대상판결은 현장의 관행과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하면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2년±α'가 되도록 해석해야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의 안정적 보장과 소수노조 노동기본권 간의 적절한 조화까지 신중히 고려한 것으로서 지극히 타당한 해석이다. 또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는 금속지회 주장대로 해석하더라도 기업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2년1개월가량 보장된다는 구체적 타당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직접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첫 번째 협약'이 △소급효 또는 △장래효를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 1항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향후 이 부분이 문제될 경우 해석상 논란이 발생할 여지는 남아 있는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의 판단은 소수노조의 노동기본권 또한 보장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 내로 제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했다는 점과 현장 관행 및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한 합리적인 기간은 '2년±α' 정도인 점을 인정한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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