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전 타결을 노렸던 현대중공업 노사의 2016년 임금단체협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24일 현대중공업노조에 따르면 회사가 "금속노조의 교섭 참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지난 23일 열릴 예정이던 74차 단체교섭이 열리지 못했다. 회사는 지난주 교섭에서 올해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1년간 기본급 20%를 반납하라는 내용의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하는 회사 분할을 인정하면 신설되는 회사 단체협약을 2017년에 한해 현대중공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하겠다는 안도 내놓았다.

노조 관계자는 "분할·신설되는 회사의 근로조건이 현대중공업보다 나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회사가 1년 동안은 복지 수준을 유지시켜 준다는 조삼모사 방식의 개악안을 제시했다"며 "잘리지 않기 위해 임금을 반납하라며 조합원을 농락하는 안을 던져 설 전 타결을 물거품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금속노조의 교섭 참여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74차 교섭에는 황우찬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교섭대표위원으로 참여했다. 회사는 현대중공업노조가 금속노조 지부·지회 중 어떤 형태로 조직형태를 갖출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황 부위원장의 교섭 참여를 거부했다. 회사 교섭위원들은 교섭장에 끝내 나오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분사를 통해 외주 비중을 늘려 인건비를 줄이고 고용을 유연화하겠다는 회사 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계속 거부한다면 이는 분명한 교섭 해태인 만큼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회사 소식지에서 "노조의 고통분담 거부로 더 이상 정상적인 교섭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위기는 금속노조에 기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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