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흩날리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전국에서 35만명에 달하는 국민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3번째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 갔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반발해 ‘재벌 총수 구속’을 소리 높여 외쳤다.

2천3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32만명과 부산 1만7천여명을 포함해 전국 12곳에서 35만명의 국민이 이날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촛불집회에서는 최근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로 이날 새벽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비상국민행동 법률팀 김상은 변호사는 무대에 올라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은 상식 이하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독립영화사 시네마 달의 김일권 대표는 “헌법을 위반한 김기춘·조윤선을 처벌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다산콜센터 상담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노동권 보장·개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외쳤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본집회가 끝난 후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했다. 광화문에서는 재벌 총수들을 체포해 구치소에 가두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비상국민행동은 설 연휴인 이달 28일에는 집회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세월호 가족·광화문 농성촌 식구들과 함께 시민합동차례를 광화문광장에서 열기로 했다.

촛불집회는 다음달 4일 열린다. 비상국민행동은 “설 연휴에는 가족·친지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더불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한 이웃들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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