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여성노동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YH무역 사건의 주역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죄선고를 받은 지 35년 만에 이뤄진 재심 재판에서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재희)는 지난 20일 YH무역 사건을 주도한 이유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당시 YH무역 노조간부 4명과 시민운동가 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75년 설립된 YH무역노조는 정부에 회사 폐업 대책을 요구하며 79년 8월9일 야당인 신민당사를 점거했다. 박정희 정권은 여성노동자 186명을 강제로 끌어냈다. 진압과정에서 노조 대의원이던 21살 김경숙 열사가 사망했다.

이른바 YH무역 사건은 부마항쟁으로 이어지며 유신정권의 몰락을 불렀지만 당시 사법부는 82년 3월 YH무역노조 지부장이었던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을 포함한 노조간부 4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2년 김경숙 열사 유가족과 조합원 24명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끌어 냈다. 최 전 의원 등은 2015년 8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1982년 유죄 선고 사건의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기소 부분은 무죄"라며 "당시 집회는 근로자들이 회사의 폐업공고에 대응해 기숙사 마당에서 열린 것으로, 인근 거주자나 일반인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에 해를 끼칠 것으로 예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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