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노조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연윤정 기자
현대중공업이 수차례 논란이 된 노조사찰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간부 성향을 등급을 매겨 분류하고 선거에서 친회사 인사가 당선되도록 후방 지원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은 노조사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 12월 노조 대의원 선거를 전후해 대의원 성향을 S등급에서 A·B·C·D등급으로 분류했다. 친회사 인사는 S등급, 강성 인사는 D등급이다.

회사는 이렇게 분류한 등급에 따라 선거에 지속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가 작성한 '2016년 임단협, 29대 대의원선거 목표 및 세부 실천방안' 문건에는 "후보자의 긍정적 여론 형성을 위한 현장 온건성향 노조원 동참활동 모색"과 "우호 대상자 여론 수시 확인" 같은 활동계획이 적시돼 있다. '상시친화활동계획' 문건에는 "선거철 등에 맞춘 식사모임은 실효성 없음, 수시 소그룹 모임으로 심층대화 가능한 식사 위주로 변경" 등의 내용의 담겼다.

회사는 노조 관리를 위해 별도 예산을 책정했다. 비밀문서로 분류된 '친화증진비 배정기준'에는 회사가 부서장·직책과장·팀장·파트장 등에게 조합원 관리비용을 지급하려는 계획이 나와 있다. 해당 문건들은 현대중공업 노무 담당자가 지난해 연말 김종훈 의원실에 제보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노조 선거에 개입하고 조합원들을 관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10월에는 조합원을 A·BA·BB·BC·C 등 다섯 등급으로 분류한 조합원 면담계획서가 노조에 의해 발견됐다. 동료 조합원의 동향이나 발언을 파악해 회사에 보고하는 일종의 프락치 역할을 할 조합원을 추천하는 내용이 적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3월에는 전직 회사 간부가 "조합원 성향을 R·Y·W 등 세 가지로 분류해 강성인물을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전근대적이고 불법적인 노무관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며 "회사가 노조파괴·노조약화에 매달린다면 어떻게 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를 멈추고 노조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공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