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기관사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기관사 사망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공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쟁점인 인력충원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5678서울도시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구성된 특위가 지난달 22일까지 다섯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인력충원과 관련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논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특위는 일종의 사회적 대화기구다. 서울시와 공사 노사, 백종우 중앙심리부검센터장·주영수 한림대의대 산업의학과 교수·한인임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 등 산업보건 전문가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승무본부 결의대회를 열고 “열 번째 기관사가 목숨을 끊기 전에 2인 승무를 시행하라”며 기관사 종합대책 이행을 요구했다.

대책 이행 미뤄지는 사이 기관사 4명 자살

사실 특위 구성 전에 해법은 나와 있었다. 기관사들의 자살이 이어지자 서울시가 2012년 구성한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에서다. 서울시는 2014년 근무시간단축과 인력충원, 2인 승무제를 핵심으로 하는 기관사 근무환경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제시됐지만 이행은 유예됐다. 예산 때문이다. 대책 이행이 유예되는 2013~2016년 사이에만 4명의 기관사가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4월 아홉번째 기관사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노조는 대책을 요구하며 96일 동안 시청역에서 농성을 했다. 그렇게 해서 특위가 구성됐다. 특위는 이행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뒀다. 문제는 △휴식공간 개선 △힐링센터 운영 △운전실 환경을 바꾸긴 했지만 정작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인력충원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김태훈 노조 승무본부장은 “서울시가 책임지고 집행해야 하는 이행 안건을 시 도시교통본부가 거부하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행을 약속한 종합대책안마저 발뺌하고 있어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충원 시급, 이행하지 않으면 농성 돌입"

전문가들은 기관사 노동강도부터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위에 참여하는 한인임 연구원은 “기관사는 2분 단위로 반복된 업무를 하며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며 “승무시간을 단축하고 부여된 휴일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게 인력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운전시간이 긴 데다 1인 승무로 인해 지하에 혼자 고립돼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며 “2인 승무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논의는 한두 차례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는 이날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보류를 요청하면서 계획을 변경했다. 서울시는 노조에 △2인 승무 시행 이전까지 1인 승무수당 지급 △2인 승무 시범 운행 △인력충원 방안을 놓고 집중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이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위를 통해 이행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서울시와 노사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