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대상판결 : 서울서부지법 2016.12.1 선고 2009가합16001 판결


1. 사건의 경과 및 판결의 주요 내용

대상판결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9년에 행한 파업(11월5일~11월6일의 순환파업, 11월26일~12월3일의 전면파업, 총 10일간의 파업)과 관련한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것이다.

본 사건의 소장 접수는 전면파업 직후인 2009년 12월4일에 접수됐고, 근 7년 만에야 1심 판결이 선고됐다. 이는 위 파업이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필수유지인력을 100% 준수하며 행한 철도노조의 최초 파업으로서 9천여명의 필수유지인력과 철도공사가 투입한 수천여명의 대체인력들로 인해 전면파업 방식으로 행해진 2003년·2006년 철도파업과 달리 그 손해액이 부존재하거나,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어서 손해산정과 관련해 상당히 장기간 공방이 오갔기 때문이다. 위 파업의 형사책임과 관련해서는 하급심에서 그 유·무죄의 결론을 달리하다가 최종적으로 대법원(2011도468 판결 등)에서 업무방해죄 성립이 인정됐고, 대상판결 역시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이유로 파업의 불법행위성을 인정했다. 이에 본 지면에서는 위 파업의 불법행위성 여부와 관련된 부분보다는 손해 관련한 쟁점을 위주로만 살펴본다.

위 사건의 소장 접수시 철도공사가 주장한 청구금액은 87억원 정도(이후 추가손해 산정 후 청구취지를 확장하겠다고 예정하고, 우선 청구한 금액)였으나, 이후 조금씩 줄어 대상판결 선고 전 최종 청구취지 금액은 70억원 정도였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최종 인용액은 그 책임 전부가 인정되는 철도노조를 기준으로 보면 6억원 정도다.

대상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담고 있지는 않다. 우리 법원은 여객 및 화물운송업과 관련해 파업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 운송수입 결손금과 대체인력 투입비용을 합산한 금액에서 절감된 인건비와 연료비, 기타 필요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산정하고 있으며(대법원 2006.10.27 선고 2004다12240 판결 등), 대상판결 역시 이러한 판례법리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상의 과실상계 전 손해산정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면파업에서의 철도공사 손실액은 0원이었고, 오히려 무노동 무임금에 따른 인건비절감분과 동력비 절감액을 고려하면 철도공사는 14억원가량의 이익을 얻었음이 인정됐다. 다만 순환파업과 관련한 손실액이 10억원 정도로 인정됐고, 이 금액을 기준으로 과실상계(피고 책임비율 60%)돼 위 6억원의 최종 손해액이 도출된 것이다.

즉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을 합해 손해를 산정한다면, 철도공사의 손해는 0원이고 오히려 4억원가량의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을 구분해 그 손해를 별도로 산정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고, 이에 따라 피고들로서는 손해는 0원이고 실질적으로 이익 4억원을 얻은 철도공사에 6억원의 손해를 배상하게 된 것이다. (대상판결이 위 손해액을 도출하기까지 설시한 구체적 판단내용은 지면관계상 생략하기로 한다.)

2. 대상판결의 주요 문제점

첫째, 대상판결은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의 파업일자가 20여일 간격이 있다는 이유로 양 파업을 엄격히 구분해 그 손해를 별도로 산정하고, 그 과정에서 전면파업 기간 동안 발생한 철도공사의 14억원 이익 부분은 손해산정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일한 파업주체가 동일한 파업목적을 가지고, 교섭과정의 진전에 따른 일련의 파업과정으로서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을 행한 것을 두고 이를 엄격히 구분해 손해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더욱이 손해배상제도의 목적은 손해 전보일 뿐, 실제 손해액 이상의 배상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철도공사의 14억원 이익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상판결의 결론은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대상판결은 운송수입결손금을 산정하기 위한 비교대상 기간을 선택함에 있어 전년도 같은 기간의 운송수입금하고만 비교하면서 연도별 운송수입 증감률을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파업기간과 더 유사한 기간으로 볼 수 있는 파업 당해연도의 파업 전 유사기간과 비교해 보면 실질적으로 파업으로 인한 운송수입결손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산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러한 부분은 외면한 채 단순히 전년도 같은 기간하고만 비교해 순환파업 기간의 손해액을 약 10억원으로 산정했다는 점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참고로, 법원은 2003년 철도노조 파업과 2006년 철도노조 파업의 운송수입금 손해 산정과 관련해 파업기간과 유사한 조건을 가진 여러 기간의 운송수입금과 파업기간 운송수입금을 비교한 여러 차액 중에서 가장 적은 액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2003가합5674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나12275 판결 등 참조) 위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례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대상판결에서는 파업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원고가 제출한 추가인건비(초과근무 수당, 대체인력 투입비, 출장비 부분) 금액 주장을 그대로 손해로 인정했다. 출장비 중 일부 사유(파업관련 자체감사활동, 파업관련 채증, 파업참가자 가정집 방문 등)와 관련한 비용만 손해범위에서 배제했다.

그런데 원고가 손해 입증자료라며 제출한 추가인건비 관련 증거자료들에는 해당 인력들이 실제 파업 때문에 근무한 것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인력 명단과 초과근무시간, 대체인력비 지급액수 정도가 기재돼 있었다. 구체적인 초과근무 사유가 기재된 자료 및 대체인력의 실제 투입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그러한 자료는 끝까지 제출되지 않았다.

그나마 출장비 관련 자료에는 해당 출장사유가 추상적이나마 함께 기재돼 있어서, 피고가 파업과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이 명확한 부분들(파업관련 자체감사활동 등)을 일일이 찾아내 지적함으로써 그 부분 손해액을 배척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의 출장 사유(파업관련 업무수행, 파업지원, 승무지원 파견근무 등)로서 그 기재내용이 추상적이어서 피고가 파업과 인과관계 있는 사유인지를 확인할 수 없는 부분들은 역시나 모두 손해로 인정됐다.

즉 대상판결 입장에 따르면 파업관련 근무 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입증자료를 내면 오히려 관련 주장 금액을 모두 손해로 인정하고, 그러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된 입증자료를 제출하면 피고가 파업과 무관한 손해라고 구체적으로 입증한 부분만 배제하고 나머지 부분은 손해로 인정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전환한 것과 다르지 않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헌법상 기본권인 파업권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사용자에게는 더욱 엄격한 입증책임이 인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법원은 파업으로 인한 수십·수백 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의 사용자쪽 손해액 입증책임을 일반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에서의 원고쪽 입증책임보다 과도하게 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손해발생 증거들이 모두 사용자에게 편중돼 있는 이러한 사건에서 위와 같은 법원의 태도는 파업만 하면 무차별적으로 제기되는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 남발을 부추기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인정된 추가인건비 손해액이 22억원가량이다. 위 소송 내내 추가인건비 입증자료를 보며, 수천명의 추가인력들을 일일이 증인신청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3. 결론을 갈음하며

2009년 철도파업 당시 관련 형사사건에서 고소인으로서 철도공사가 주장한 피해 내역은 약 115억원이었고, 그 가운데 전면파업으로 인한 피해 내역은 96억원가량 되기도 했다. 이후 손배 소송에서는 7년이나 걸리긴 했으나 대상판결을 통해 전면파업 기간의 14억원 이익까지 고려하면 2009년 철도파업으로 인한 철도공사쪽 손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현재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2013년 파업과 관련해 약 3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2016년 파업과 관련해서는 약 4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09년 파업기간보다는 그 기간이 긴 측면이 있기는 하나, 철도노조는 2013년·2016년 파업 모두 필수유지인력을 유지하며 파업을 진행했고, 철도공사는 수천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역시나 그 손해는 거의 없거나,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여전히 파업이 시작되면 파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즉각적으로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소송이 실제 손해를 전보받기 위한 목적보다는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노조를 압박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남용되고 있는 가압류와 피고로 포함돼 있는 수백명의 조합원들이 받고 있는 심리적 부담감까지 고려하면, 이러한 소송의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한다. 또한 법원 역시 적극적인 석명권 행사를 통해 사용자쪽에 엄격한 입증책임 이행을 요구하고, 소권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히 제재하는 적극적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법원의 권한이자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