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지키지 않고 도입한 학습지회사 대교의 임금피크제를 재차 무효로 판결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인 직원 과반수 동의의 조건을 제시했다.

17일 눈높이대교노조(위원장 김진광)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재판장 김상환)는 지난 13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취업규칙 효력은 무효”라며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대교는 2009년 6월과 2011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인사규정 시행세칙(취업규칙)을 개정했다. 2009년 시행 취업규칙에는 직급정년에 도달한 다음해부터 3년간 80%-70%-60%로 임금을 감액하는 '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가 처음 규정됐다. 2011년 시행 취업규칙에는 임금수준을 70%-60%-50%로 정해 삭감률을 높였다. 대교는 일정 기간 동안 승급하지 못할 경우 승급을 제한하는 직급정년제를 운영했는데 G1등급 정년은 만 57세, G5 등급 미만의 등급 정년은 만 50세다.

문제는 직급정년 임금삭감제 설명 과정이 미흡했다는 것. 대교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전체 직원 중 84.4%(2009년), 91.4%(2011년)가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에 노조와 협의를 했고, 노사협의회도 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산으로 게시된 취업규칙 변경 공지에 취업규칙 변경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아 대다수가 몰랐고, 직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또 "노조 조합원이 90여명에 불과해 협의를 했더라도 3천331명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의절차 개시 전날 급하게 진행된 노사협의회에서는 자료가 배부되지도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적법한 과반수 동의가 인정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세 가지 조건은 △근로자들이 알 수 있게 공고·설명절차가 있을 것 △근로자들이 회의를 열어 찬반 의견을 교환했을 것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 등이다. 서울고법은 “1차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 84.4%가 찬성 서명한 사실이 인정되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동의 숫자만으로 집단적 의견을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1차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이므로 그 유효를 전제로 이뤄진 2차 취업규칙 변경 역시 무효"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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