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는 살아오는 종철이를, 시퍼렇게 되살아오는 민주주의를 만날 겁니다. 만나면 서로 부둥켜안고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이야기할 겁니다.”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의 말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주최로 박 열사 30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박 열사는 30년 전 이날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가 경찰 물고문을 받던 중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1살의 안타까운 나이였다. 87년 6월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수천여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광화문광장 한편에 마련된 박 열사 영정 앞으로 국화꽃을 든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대회 명칭은 ‘미완의 혁명, 촛불로 완성하자’였다. 박종부씨는 “가끔 꿈속에서 종철이를 만나면 누이에게 전화를 하는데, 누이가 그걸 부러워한다”며 “이제 곧 민주주의로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열사 모교 후배인 임수빈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물대포에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304명의 별이, 구의역에서 생을 마감한 청년이, 또 다른 박종철이 생기지 않는 나라를 후배들이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추모대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정원 스님 영결식이 열렸다. 정원 스님은 이달 7일 열린 11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경찰은 내란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는 글을 남기고 분신했다. 정원 스님은 분신 이틀 후 사망했다.

오후 늦게 12차 촛불대회 본행사가 열렸다. 대회 명칭은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구속 범국민행동의 날’이었다. 삼성 엘시디(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병원이 혜경이에게 승마치료를 권했는데, 삼성이 혜경이는 외면하면서 권력실세 딸에게 몇십 억원짜리 말을 선물했다”며 “사람의 가치가 소중한 세상을 위해 삼성 이재용을 반드시 구속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측은 이날 대회 참가자를 13만명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본대회가 끝나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청와대·총리공관은 물론 재벌 총수 구속을 촉구하기 위해 인근 SK·롯데 본사 방향으로 나아갔다. 행사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