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를 비롯한 통신·케이블업체의 IPTV와 인터넷을 설치하는 개인 도급기사가 정보통신공사업법상 불법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최종 확정했다.

전신주 단자함에서 가입자 자택까지 케이블을 연결하는 국선인입선로 공사는 법이 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자격요건은 1억5천만원의 자본금과, 사무실, 기술자다. 개인사업자인 도급기사는 자격요건을 갖출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부가 "도급기사 공사는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SK·LG 외에도 딜라이브·티브로드 등 국내 모든 통신·케이블업체가 도급기사를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업체 협력업체가 도급기사 사용을 중단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고용하거나 도급기사에게 다가구주택 공사를 맡기지 않는 것이다. 후자를 택하면 노동계 안팎의 거센 비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도급기사의 공사 범위 검토의견서를 15일 입수했다. 미래부는 의견서에서 “다가구주택에 인터넷·IPTV 서비스 제공을 위한 국선을 설치하는 경우 기간통신사업자가 직접 시공하거나 정보통신사업자에게 도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부 “경미한 공사에 해당” 업계 주장 종식

미래부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논란이 된 통신·케이블업체의 불법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SK·LG 등 통신·케이블업체는 “다가구주택의 국선인입선로 공사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돼 무자격자인 도급기사도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업체는 미래부가 지난해 12월 낸 법령 해석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지난해 12월 현장조사를 통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최종의견서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미래부는 방송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 등을 검토했는데 핵심은 국선단자함이다. 아파트의 경우 전신주 단자함에서 케이블을 지하로 연결해 아파트 단자함까지 연결한다. 도급기사는 건물 내부에 있는 단자함에서 이용자 자택까지 케이블을 연결한다. 이 같은 방식의 공사는 경미한 공사여서 무자격자도 할 수 있다.

반면 단자함이 건물 밖에 있는 다가구주택은 전신주 단자함에서 이용자 자택까지 국선(케이블)을 연결하는 국선인입선로 공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업체들은 다가구주택 단자함이 외부에 있어 구내통신선로 공사인 만큼 경미한 공사라고 주장했지만 미래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부 지자체에 맡기지 말고 직접 시정해야”

노동계와 통신업계의 관심은 정보통신공사업법상 불법 판정을 받은 도급기사들의 고용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할지로 모아진다.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조는 "거의 모든 통신·케이블업체에서 도급기사를 사용한다"며 "협력업체가 도급기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도급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도 적용받지 못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12월 17개 시·도에 공문을 보내 도급기사 실태를 파악하라고 요청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82곳)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33곳) 소속 도급기사는 각각 976명(34.9%)과 670명(48.0%)이다. KT·티브로드 같은 업체가 사용하는 도급기사 규모는 파악조차 안 된 상태다.

추 의원은 "미래부가 통신업체의 도급기사 사용을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급기사 관리·감독은 지자체가 맡지만 인력이 부족해 실태를 파악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노조는 다음주부터 도급기사 사용 비중이 높은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직접고용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24일에는 추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연다.

LG와 SK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협력업체에 도급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공사범위를 조정하는 꼼수를 쓸 경우 노동계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은 것이 없다”며 “정부가 시정을 지시한다면 원청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윤진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정보통신공사업법이 ‘경미한 공사’의 범위와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취지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정보통신사업자가 사용자 책임을 지고 방송과 인터넷을 시공하라는 것"이라며 "개인 도급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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