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의 부당한 거래는 겉보기에 나눠 먹기였지만 실은 제로섬 게임이었다.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가 되는 게임. 손실은 이 겨울 손 시린 노동자 시민의 몫이었다. 종종 목숨값이기도 했다. 한패였으니 나란히 수의를 입는 게 마땅하다고 사람들은 특검 사무실 앞에서 외쳤다. 수의를 차려입고 그 아침 시린 손을 꽁꽁 묶어 모았다. 슈트 차림 재벌 대기업 부회장이 그 앞을 지나 포토라인에 잠깐 섰다. '플래시샤워'를 했다. 여기저기서 피의자들의 제로 게임이 한창이다. 두 손 모은 채 엄지 들어 가며 하는 고도의 눈치 게임. 제로를 외치는 자 크게 웃으리라. 꾹 참고 버틴 자 통탄하리라. 하나 맞고 때리는 게임 끝에 남는 건 빨개진 손목뿐일 테다. 거기엔 고장 나 어느 옛날에 멈춘 번쩍거리는 시계 말고 포승줄이 어울린다. 죄로 흥한 자들이 감춘 은밀한 수의계약이 끝내 수의를 함께 입는 것으로 성사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온 데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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