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경북대병원이 노조파괴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추진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업체가 청소업무 도급을 맡은 지난해 3월부터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역업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북대병원이 대놓고 노조를 탄압하는 업체와 계약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경북대병원은 불법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는 이날 노조탄압 사례를 공개했다.

용역업체 노조탄압 뒤에 경북대병원 있나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3월 새로운 용역업체 D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D사는 입찰 당시 제안서를 통해 노조파괴와 파업 무력화 계획을 제출했다. 파업이 발생하면 주동자를 파악해 퇴사처리하는 식이다.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24시간 이내에 투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실시 등 구체적인 계획도 제안했다. 지부는 “불법적인 제안을 받고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북대병원이 노조를 말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D사가 청소 도급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지부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 분회장만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부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같은해 7월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복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이달 9일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대구지부에 따르면 D사가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서를 쓰지 않으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겠다"고 밝혀 88명이던 조합원이 42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조합원 부당징계 구제신청 △노조간부만 대상으로 한 배치전환 △휴게시간 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한 상태다.

청소용역 도급계약 기간은 1년이지만 문제가 없으면 1년을 연장한다. 지부는 지난 10일 병원에 공문을 보내 “수의계약에 의한 계약 연장 및 재계약을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법 위반 업체가 공공기관 도급입찰을 제한받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도급 계약서상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 위반은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다음달 열리는 도급업체 심사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욕설·폭언 난무, 오후 근무 비정규직 밥도 안 줘

지부는 이날 현장소장의 욕설·폭언이 녹음된 파일을 공개했다. 이달 초 조합원이 칠곡분원 현장소장에게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형평성에 관해 항의하자 소장은 조합원에게 “노란 색깔(노조 조끼) 꼬라지도 보기 싫다” “눈깔에 뵈는 게 없어? 어디서 씨부리고 돌아다니고 있어?” “씨X 모가지를 확 비틀어 버릴라” 같은 욕설을 퍼부었다.

지부는 비정규 노동자 처우개선도 요구했다. 병원측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오후 근무자에게는 식사를 주지 않는다. 직원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직원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그런데 수술방을 청소하는 노동자는 근무하는 8시간 동안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방에 들어갈 때 하는 소독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외주업체인 식당에서는 정규직 인원만큼만 포장해서 수술방으로 식사를 올려 보낸다.

본원에서 청소업무를 하는 조합원 손병대씨는 “정규직이 먹고 남긴 밥을 얻어먹거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이 약한 노동자에게 왜 이런 대접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병원 관계자는 “급여에 식대가 포함돼 있다”며 “복리후생비 지출이 많아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만큼 식수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이학영 의원은 “저속하고 비열한 경북대병원의 노조탄압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경북대병원 청소용역업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을지로위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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