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업자 규모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구조조정 여파에 시달리며 저성장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제조업에서 고용이 크게 줄면서 일자리 증가 폭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2015년 최고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둔화하는 취업자 증가세, 제조업은 감소세로

11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천623만5천명으로 2015년보다 29만9천명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지표인 15~64세 고용률은 66.1%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가 늘긴 했지만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하고, 실업자 규모가 예년보다 커지면서 고용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분위기다. 연간 취업자 증가 규모는 2014년 53만3천명에서 2015년 33만7천명으로 둔화한 뒤 지난해에는 3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명을 밑돈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2009년에는 전년도에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연간 취업자가 7만2천명 감소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전년보다 3만6천명 늘어난 101만2천명을 기록했다. 실업자 통계 기준을 바꾼 1999년 6월 이후 연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실업자는 2013년 80만7천명에서 2014년 93만7천명, 2015년 97만6천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청년고용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 40대와 50대는 전년보다 실업자 규모가 각각 1만3천명, 2천명 줄어든 반면 15~29세 청년 실업자는 3만8천명 늘어났다. 청년실업률 역시 9.8%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15년 9.2%를 1년 만에 갈아 치웠다. 청년실업률은 2012년(7.5%) 이후 5년째 오르고 있다.

“구조조정 영향으로 1분기에 더욱 악화”

정부는 2015년 12월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난해 취업자가 35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30만명으로 낮춰 잡더니 같은해 12월에는 29만명으로 재조정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비롯해 제조업 고용여건이 예상보다 나빠지자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다.

실제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초만 해도 매달 15만명 이상 증가하다가 4월에 4만8천명 증가로 규모가 둔화했다. 7월에는 상승세를 멈추고 감소로 돌아서 6만5천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은 이후 계속 증가해 12월에는 11만5천명까지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는 2015년보다 5천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09년(12만6천명 감소) 이후 7년 만이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4만6천명과 15만6천명 늘었다.

제조업 고용사정은 장기간에 걸친 저성장에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악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10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선박·철도·항공장비를 포함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취업자가 3만1천명 감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 수출부진과 구조조정 본격화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용부진이 심화하면서 연간 취업자수가 줄어들었다”며 “올해 1분기에도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과 구조조정 영향 확대로 고용여건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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