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장기침체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최악의 고용불안에 직면한 가운데 하청업체들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개정해 상여금을 대폭 삭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경남 통영시청 브리핑룸에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취업규칙 불법 변경을 통한 임금삭감을 방치하지 말고 강력한 현장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들은 지난해 6월께부터 연간 550%이던 상여금을 400%로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부분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임금삭감을 시도하면서 "경영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이 기성금(도급비)을 삭감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업체는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을 밀어붙였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하려면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내하청 ㅍ사는 조회시간에 임금삭감 내용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노사협의회에서 취업규칙을 바꿨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는 고사하고 개인 동의조차 받지 않았다.

ㄷ사는 소장·직장·반장 등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동의서명을 받았다. ㅅ사는 노동자들이 임금삭감 취업규칙 변경에 반발하자 상여금 지급 대상이 아닌 일당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회사는 전체 직원 중 과반이 취업규칙 변경에 찬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상여금 지급 대상자들은 다수가 반대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제보를 모아 지난해 8월 대우조선해양 5개 사내하청업체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노동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ㅍ사 한 곳만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나머지 4개 회사는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노동부와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 탓에 노동자들이 임금삭감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취업규칙 불법 변경으로 하청노동자 100명의 상여금을 150% 삭감했다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가정해도 사용자는 연간 2억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얻는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고작 벌금 50만원이라면 불법을 저지르지 않을 하청업체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폐업하는 업체도 발생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부는 불법이 확인된 회사의 취업규칙을 원상회복하고 삭감된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하청업체들이 불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현장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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