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엄현택)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업무추진비 부당사용과 관련해 당사자들을 징계했다. 그런데 사무총장의 요구로 징계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인사규정과 달리 징계 대상자들을 직위해제하지도 않아 특정 관계자를 봐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개월 정직을 1개월 정직으로
노조 "솜방망이 징계는 특혜"


11일 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성아무개 중장년일자리본부장이 정직 1개월, 이아무개 HR개발팀장이 감봉 1개월 징계에 들어갔다.

이들이 징계처분을 받은 것은 자택 근처를 포함해 통상적인 업무추진과 거리가 있는 시간·장소에서는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내부 기준을 어겼기 때문이다.

재단 감사 결과 성 본부장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896만원어치를, 이 팀장은 188만원어치를 자택 인근에서 사용해 놓고 업무와의 연관성을 소명하지 못했다.

성 본부장은 휴가 중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데다,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당시 재단이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자 엄현택 사무총장은 “자체 감사를 통해 확인한 뒤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이 성 본부장 등을 징계한 과정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재단은 지난해 11월2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성 본부장과 이 팀장(징계 당시 국제노동센터장)에게 각각 정직 3개월과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부적절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환수하도록 했다.

그런데 엄현택 총장이 “징계양정이 지나치다”며 징계의결을 다시 하라고 요구했다. 엄 총장은 “자택 인근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그동안 정기감사에서도 지적되지 않았고, 이 팀장은 자택이 회사 근처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지난달 5일 징계위를 다시 열어 성 본부장은 정직 1개월로, 이 팀장은 감봉 1개월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두 명만 적발됐는데도 과거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징계를 경감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단 내부에서는 입사 때부터 특혜 의혹을 받은 성 본부장을 엄 총장이 지나치게 감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신인 성 본부장은 2014년 4월 재단에 입사하려다 “낙하산 인사”라는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1년3개월이 지난 2015년 7월에야 입사했다. 입사 1년 만인 지난해 7월 별정직으로 승진했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 노사발전재단지부(위원장 이병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부적절하게 사용한 돈이 890만원에 이른다는 것을 봤을 때 솜방망이 징계이고, 특별한 사유 없이 사무총장이 징계의결을 재요구해 경감해 준 것은 특혜”라고 비판했다.

재단은 9일 인사발령을 통해 이 팀장을 본부장급에서 팀장급으로 강등했는데, 성 본부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인사규정·징계기준 위반 드러나
재단 “과거 형평성 고려해 경감” 주장


재단이 성 본부장 등을 징계하면서 내부 규정을 어긴 정황도 있다. 재단 인사규정 35조(직위해제)에 따르면 징계의결을 요구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의결이 확정될 때까지 직위를 해제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직위해제를 당하지 않았다.

또 재단 징계기준에는 임원이나 1급 이상 직원을 중징계할 때에는 직근상급기관에 설치된 징계위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재단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자택 인근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문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 특정인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위해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놓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재단은 노사정 거버넌스 기구이기 때문에 징계의결을 요구할 직근상급기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15일 징계가 끝나는 성 본부장이 복귀하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부에 따르면 성 본부장은 정직 기간에도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 연속 지부 조합원들에 의해 '워스트 리더'에 선정될 정도로 주위 평이 좋지 않다.

이병구 위원장은 “각종 의혹을 철저히 규명한 뒤 해임을 포함해 엄중 문책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직복직을 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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