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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협 마지막 위원장,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양규헌
   
▲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평등세상과 노동해방을 지향했던 전노협의 산증인, 불안정 노동 없는 세상을 향해 활동하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전 대표, 노동자들의 역사를 수집·보관·기록하기 위해 10년째 고군분투하는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양규헌.

양규헌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형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하나뿐인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부모님은 어린 나이의 그를 서울로 유학 보냈다. 하지만 그의 학창시절은 질풍노도의 연장이었다. 세 번째 고등학교에서 어렵사리 졸업을 했고, 1971년 봉제공장에 다니면서 노동자가 됐다. 그때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알게 됐다고 한다. 가발공장 등을 거쳐 대학에서 무선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76년 성남에 있는 삼영전자에 입사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조건 문제로 노조 설립을 논의하던 중 해고를 당했다.

77년 대한전선으로 스카웃됐을 때 노조활동을 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 황당한 입사조건을 거부했는데도 합격해 안양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이어 갔다. 입사 이듬해부터 노조 대의원과 조사통계부장을 역임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그에게 회사는 6개월 일본 연수까지 시켰다.

대한전선그룹노조협의회는 이미 민주노조운동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비밀리에 열린 전태일 열사 추모행사에도 참여했다.

양규헌은 79년부터 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10년 동안 민주노조의 토대를 닦는 역할에 헌신하게 된다. 80년 서울의 봄 투쟁과 해고자들의 한국노총 점거투쟁, 85년 구로동맹파업,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온몸으로 겪은 그의 증언은 노동조합운동 연대투쟁의 귀중한 사료다.

88년에는 대우전자부품노조 위원장이 됐다. 지역에서는 경기노련을 창립해 사무처장을 겸임하게 된다. 90년 열사투쟁으로 1년의 수배 후 구속·해고됐다. 당시 회사에서 거액을 제안받았지만 "투쟁으로 복직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92년에는 경기노련 의장으로 선출돼 지역활동의 중심에 섰다. 경기노련 의장을 연임하면서 전노협 수석부위원장 활동도 했다. 당시 창립된 전해투의 해고자 복직투쟁에 함께했다.

94년 1월 조직발전 논쟁이 전개되던 시기에 전노협 위원장에 당선돼 민주노조운동의 선봉에 서게 된다. 95년 11월11일 민주노총이 창립됐다. 해산 현장까지 지켜본 양규헌은 마지막 전노협 위원장으로 남았다.

그는 전노협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전노협 6년 동안 상근자 40~60명이 활동비 5만원을 받으며 버텼어요. 새벽에 세차를 하거나 신문을 돌리면서 말이죠. 전노협 건설과 사수는 민주노조운동의 맥을 이어 가는 개인적·조직적 결단이었습니다. 비타협적 투쟁으로 5천명이 해고되고 2천명이 구속됐어요. 어용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평등세상과 노동해방을 쟁취하자는 투쟁이었죠. 전노협 깃발을 접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전노협 마지막 위원장은 2년여의 수배생활을 거쳐 제3자 개입 금지 위반으로 구속됐다. 출소한 뒤에는 덕트 청소 등의 일을 하면서 불안정 노동을 체험했다. 2001년 다시 제3자 개입금지 위반으로 감옥에 갇혔다. 출소한 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설립하고 대표로 활동을 재개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하고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전노협 활동과 비정규직 현장 노동에서 절감했던 문제의식이 겹쳐지며 불안정노동 철폐운동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2007년부터는 전노협 백서를 발간한 노동운동역사자료실과 김종배추모사업회 등과 함께 노동자역사 한내를 출범시켰다. 전해투 농성장 좁은 공간에서 준비 과정을 거쳐 대표를 맡아 노동자역사를 수집·기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필자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한내의 대표였던 그와 긴 시간을 함께 활동했다.

최근 양규헌이 민주노조운동을 비판한 내용 몇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노동문화와 분리된 노동운동은 뒷심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질라라비밴드를 만들어 투쟁사업장에 공연을 다녔던 것일까. 그는 노동문화판 각 분야에 프로가 아니어도 좋으니 다양한 노동문화가 활짝 꽃피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역량 축적과 동력 집중은 해고자들이 민주노조운동의 전투성을 지켜 내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전해투와 해고자들에 대한 구조적 책임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노동운동이 천박한 역사인식, 계급적 관점의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역사와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를 기록·보존하는 한내의 10년을 통해 노동운동이 당면한 사업과 투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과거 역사를 기반으로 미래 지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민주노조운동의 노선으로 민주성·자주성·투쟁성·연대성·변혁지향성을 강조하는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양규헌. "노동자 주인 될 그날을 위해 이제는 하나다." 전노협 진군가를 흥얼거리며 신뢰와 성원의 마음을 담아 기록한다. 평등세상 노동해방 쟁취를 향해 일관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노동운동가 양규헌.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이호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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