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10일 오 전 광화문광장에서 손배·가압류 철회와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굴뚝 솟은 자동차 모형이 농성장이다. 정기훈 기자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6년여간 거리에서 싸운 끝에 2015년 12월 회사와 복직에 합의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해고노동자들은 합의 이후에도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반대하는 노동자·시민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손배가압류 제도를 폐지하는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쌍용자동차가 2009년 단행한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최근까지 해고자·퇴직자와 그 가족 2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손배가압류"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지부장 김득중)의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장비가 파손됐다는 이유로 11억6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태다. 경찰이 승소하면 지부는 지연이자를 포함해 15억원 이상을 물어야 한다.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에서도 법원은 3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복직 합의 이후에도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손배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정부와 기업이 노조와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정부와 기업은 손배가압류를 활용해 해고를 당해도 가만히 있으라고 노동자를 겁박하고, 시민들에게 정부 정책에 저항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래군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적폐청산 및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손배가압류를 "악마의 제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부가 앞장서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손배를 청구하고, 기업들은 노조와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리기 위해 손배가압류를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람의 목숨마저 앗아 가는 악마의 제도는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농성장에서 손배가압류 폐지를 위한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지부와 쌍용자동차노조(기업노조),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까지 해고자 187여명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는 데 노력하기로 2015년 12월 합의했다. 지난해 2월 18명이 1차로 복직한 이후 현재까지 추가 복직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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