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희왕씨 ▲ 돌봄지부 충북지회

한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은 낮은 임금 탓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잡'을 하다 과로로 생을 달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활동보조인들의 삶이 열악한 처우에 흔들리고 있다.

10일 공공운수노조 돌봄지부 충북지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충북 청주시 용암부영아파트 단지에서 장애인활동보조인 윤희왕(5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새벽 3시께 아파트 경비원이 단지 앞에 주차된 신문배달용 다마스차량에서 윤씨를 발견했다.

윤희왕씨는 이날 단지에서 조간신문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지회 관계자는 “고인이 변을 당하기 전부터 심장이 아프고 체한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했다”며 “과로 때문에 심근경색이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청주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10여년 동안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일했다. 20대와 40대 뇌병변과 척수장애인을 돌봤다. 아침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한 이용자 자택으로 가서 저녁까지 함께 지낸다. 씻기고,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보조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수영장에서 이용자의 재활을 돕기도 했다. 이용자가 새벽에 외출하거나 몸이 아픈 날이면 늦은 밤에 찾아가 함께 잠을 자기도 한다.

이렇게 지난해 윤씨가 받은 월급은 130만원가량이다. 시급으로 치면 6천150원이다. 최저임금보다 120원 높지만 보건복지부가 정한 활동보조 단가(시간당 9천원)보다 크게 낮다. 서비스를 중개하는 센터가 중개비조로 25%를 떼어 가고, 4대 사회보험료를 제하고 나면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손에 쥔다. 월평균 근로시간은 211시간이다.

같은 일을 하는 아내와 맞벌이를 해도 아들딸 용돈 주기도 쉽지 않았다. 낮은 임금은 그를 '투잡'으로 내몰았다. 새벽 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용운동 일대에서 신문배달을 했다. 최근에는 신문 구독자가 줄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윤남용 충북지회장은 “고인은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고, 낮에 잠깐 쪽잠을 자면서 견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는 “너무 열심히 일만 한 사람이 변을 당해 안타깝다”고 한숨 지었다.

활동보조인 업무는 △신체활동 △사회활동 △가사활동으로 나뉜다. 윤희왕씨는 신체활동을 전담했다. 지체장애인의 대소변을 받고, 관장(灌腸) 일까지 도맡았다. 바쁜 일상에 시달리면서도 윤씨는 지회 다사리분회장으로 노조활동을 했다. 2015년에는 청주지역 9개 센터에서 연차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윤남용 지회장은 “농아인 부모 밑에서 가난하게 자라 죽도록 일만 하다 죽었다”고 눈물 흘렸다.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일하다 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전국장애인활동보조인노조는 "노동이 희망인 세상에서 이제 편히 쉬시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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