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제가 기업의 생산성·수익성을 높이기는커녕 장기적으로 인건비만 올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연구는 대개 성과급제가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성과급제를 도입한 곳이 대부분 대기업이라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집단 성과급제 생산성 '반짝 상승'

이런 내용은 8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기업의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나와 있다. 연구소는 한국노동연구원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다섯 차례 실시한 사업체 패널조사를 분석했다.

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성과급제가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개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기업의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다만 성과배분제(집단 성과급제)를 도입한 기업은 제도를 시행한 해에 1인당 부가가치가 4.9% 상승했다. 하지만 2년 뒤에는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도 마찬가지였다. 개별 성과연봉제를 시행한 기업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1인당 매출액이 3.3% 상승했지만, 2년 뒤부터는 효과가 없어졌다. 수익성 관련 지표는 개별 성과연봉제·집단 성과급제 시행 여부를 떠나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인건비만 늘어났다. 개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업은 시행 2년 후 인건비가 4.9% 높아졌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마저도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집단 성과급제가 단기적으로 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 외에 개인 성과연봉제가 기업 경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성과연봉제 확산에 주력해 온 정부 정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긍정적 영향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
성과급제 효과 아니라 대기업이기 때문”


지금까지 성과급제가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많았다. 대부분 성과급제를 도입하면 경영성과가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별 성과급제는 효과가 적더라도 집단 성과급제는 성과가 있다는 분석도 일부 나왔다.

기존 연구가 연구소의 이번 연구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성과급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대기업이라는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소에 따르면 2005~2013년 개별 성과연봉제나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그렇지 않은 사업장보다 수익성과 인건비·생산성·유형고정자산이 모두 높은 대기업들이었다.

개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사업체의 평균 노동자수는 460.5명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체는 277.8명이었다. 성과배분제를 시행한 사업체에서는 평균 523.2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반면 시행하지 않는 사업체는 298.3명이 근무했다.

다시 말해 성과급제를 빨리 도입한 곳이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매출액이나 생산성·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성과급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경영성과가 높았다는 것은 아전인수 식 주장이었던 셈이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종전 연구는 성과주의 임금제도 도입에 따른 경영성과 변화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성과주의 임금제도와 경영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만 분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