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이 가고 정유년이 왔다. 음력으로는 아직 섣달이니 정유년이 곧 온다는 말이 맞겠다. 천간에서 정은 붉은색을 뜻한다. 불의 기운을 가졌다고도 한다. 올해를 붉은 닭의 해라고 표현한 말은 여기서 나왔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민주주의의 밑바닥을 보고 광장에서 촛불을 든 대다수 국민은 여명이 밝기를 고대했을 터다. 닭띠들에게 새해 희망을 들었다.


청년취업난 해결, 아이들 행복하게 노사정 힘 모았으면
김원식(60) 고용노동부 안양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 김원식(60)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1957년생 닭띠 친구들을 만나면 자녀들이 대부분 대학 졸업하고 취업할 나이에 있다. 올해는 청년취업난이 해소되고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고용유지와 관련된 업무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꼭 일 때문만은 아니다. 30대 아이를 둘 두고 있다. 첫째 아이는 취업한 상태지만 둘째는 공시생으로 살고 있다. 앞으로 결혼도 하고 자기 가정을 꾸려야 하는데, 아버지 입장에서는 걱정이 한가득하다.

올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걱정이 더 크다. 지난해 노사정 모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노사정이 화합하고 역량을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그래야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겠나. 일자리가 희망이다.

개인적으로는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올해 정년퇴임을 한다. 인생 2막을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은데, 그럴 여유가 아직은 없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취업난이 심각한데, 우리가 쉽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겠나. 솔직히 나이 들어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공부를 하기도 힘들어 막막한 측면이 있다. 내 나이 또래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아직 건강하고 의지가 있으니 퇴직 후에도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일하고 싶다는 소망은 있다.

고용노동부 후배들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근로감독관의 주된 업무가 임금체불 같은 피해근로자 구제다. 피해자들을 대하다 보면 어려움도 많겠지만 일을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긍지, 보람을 갖고 일해 줬으면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원년 되길
이상진(48) 민주노총 부위원장

▲ 이상진(48) 민주노총 부위원장

촛불항쟁이 아직 진행 중이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87년 체제를 넘어서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항쟁에 참여하고 있는 수백만 민중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박근혜 정권, 그 이전의 보수정권들이 쌓아 놓은 수많은 적폐를 청산해 나가는 원년이길 기대한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로 한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제 22살 원숙한 성인이 됐다. 촛불항쟁을 통해 민주노총도 많은 반성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정규직 중심으로 대변되는 운동의 굴레를 못 벗어나면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내부의 낡은 것과 단절하고 비정규직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쟁해 나가는 민주노총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심화하는 양극화와 불평등 사회를 끝장내는 세력을 자임하기 위해 내부의 적폐와 단절하고 폐단을 청산해야 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10년이 넘는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도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간다. 가족에 소홀했던 데 반성도 하고 있다. 언제나 함께해 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할 시간 많아졌으면
여정민(36) 비서관(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여정민(36) 비서관(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닭들이 죽어 가며, 닭의 해가 왔다. 태어난 해를 빼고, 세 번째 닭의 해다. 닭의 해를 맞던 첫날 저녁, 다섯 살이 된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가 돌봐 줘"라고.

싫다고 거절하니 아이가 말한다. "엄마가 안 돌봐 주면 그 아이는 자기 돌봐 주는 사람이 없어 얼마나 슬프겠냐"고. "네가 엄마가 되는 거니까, 네가 돌봐 주면 되지" 하고 넘겼더니, 아이의 대답이 이랬다. "난 회사 가야 해서 바쁠 거거든."

처음에는 할머니가 돌봐 주는 친구들이 부러웠나,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돌보는 게 벌써 힘들 것 같아 떠넘기나 생각하며 웃고 말았다. 그런데 며칠 곰곰 생각해 보니 다른 이유가 짚인다.

매일 회사 간답시고 아침에 눈도 뜨기 전에 사라지고, 잠들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었을 테지. 나중에 자기도 어른이 되면 엄마처럼 저렇게 바쁠 텐데, 자기 아이는 자기처럼 그런 엄마 때문에 슬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는 해도, 오는 해도 별 감흥이 없던 내게 그 순간 '새해 소망'이란 것이 생겼다. 새해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한 시간만 더 일찍 퇴근해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퇴근 후에도 쏟아지는 업무지시 메시지에 스마트폰 보며 절절매지 않아도 됐으면. 식탁 앞에서는 아이 얼굴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

아이는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가 키운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쩔쩔매는데, 업무 효율이 오를 리 없다. 저녁 시간 식탁 앞 작은 행복이 먼일이다. 법정 노동시간단축도 절실하지만, 주 4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실제 노동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여성의 경력단절도, 저출산과 보육 문제도, 심지어 일자리 창출도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벚꽃대선에서 국민 뜻 받드는 대통령을 선출하자
남민우(36) 한국노총 간사

▲ 남민우(36) 한국노총 간사

새해가 되면 소망 하나쯤 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주위 사람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들의 여느 새해 소망은 가족의 건강과 개인의 행복이 첫 번째였을 것이다. 하지만 2016년 한 해, 최소한 주말은 광화문에서 보내야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국가적 문제가 개인의 행복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새삼 느끼게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개인의 행복이 소망의 첫 번째가 되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까지 하다. 지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국민의 대표자 선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알았다. 대한민국이 따르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이 단적으로 보인 것이다. 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사느라 바쁘니 중요한 결정을 대신해 달라고 했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구성원들의 뜻을 받아 선출된 대표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 나는 대표자를 뽑아 놨으니 내 뜻과 반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더 이상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구성원들이 이 사달을 합작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큰 직무유기를 했는지 새해 소망을 빌기 전에 나 먼저 반성해 본다.

2017년 소망은 항간에 들리는 벚꽃대선에서 국민의 뜻을 항상 국가정책에 반영해 주는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하는 것이다. 또 끝까지 꺼지지 않을 수많은 전국의 촛불처럼 국민은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것이다. 이 소망은 얼마 후 있을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도 같을 것이다.


노동자·농민·빈민 중심 진보정치가 희망
고은영(36) 서비스연맹 교육부장

▲ 고은영 서비스연맹 교육부장

언제부터인지 새해에 뭔가 이루어지길 바란 것이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삶이 팍팍해진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대선이라는 큰 이슈가 있다 보니 정치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진보는 나뉘어 있어 힘이 없다. 국민들이 진보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 현실이 암울하다. 노동자·농민·빈민 중심의 진보정치가 만들어져 국민들에게 대안을 줬으면 좋겠다.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더 잘 살아 보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데 일하다 죽고 다친다. 살기 위해 일하는데 죽고 다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올해는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세상을 위해 싸웠고, 노동자와 민중들을 위해 활동하다 암으로 투병 중인 분들이 주변에 있다. 빨리 쾌차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다시 만나 오래 싸웠으면 한다. 함께 일하는 서비스연맹 식구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건강해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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