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안을 두고 피해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조항이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가습기피해자유가족연대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노위를 통과한 제정안을 폐기하고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과 유가족연대는 제정안을 두고 "가습기 살균제 생산업체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환노위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정안을 의결했다. 3~4단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기금 목표액을 2천억원으로 정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하거나 판매한 기업에서 기금 분담금을 걷는 방식으로 채우기로 했다. 판매량이 많았던 옥시레킷벤키저는 500억원, 살균제 원료물질을 판매한 SK케미칼은 250억원이 배정된다.

애초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가 딱딱해지는 급성 폐섬유화에 걸린 1~2단계 피해자에게 정부 예산으로 급여·치료비·장례비 등을 지원했다. 3~4단계 피해자는 전체 피해자 중 60%를 차지하지만 지원대상에서 배제됐다.

그런데 제정안의 핵심 내용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조항이 새누리당 반대로 빠졌다. 한정애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는 기업에 손해액의 10~20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규정이 빠지는 대신 “충분히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유가족연대는 환노위를 통과한 제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유가족연대 관계자는 “5천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기업에 정치권이 면죄부를 줬다”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가습기 피해자 면죄부법을 폐기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담긴 진정성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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