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6. 12. 7 선고 2014가합4417, 2016가합9089(병합) 판결

1. 들어가며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동현)는 2016년 12월21일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위아비정규직 평택지회 조합원 88명이 현대위아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 의사표시 소송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했다. 즉 위 조합원들은 현대위아 주식회사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위 조합원들은 현대위아 주식회사 평택 1·2공장에서 자동차용 카파엔진(1공장), 자동차용 4D56 엔진(2공장) 조립 업무를 수행했다(원고 2명은 1공장 카파엔진가공검사 공정에서 근무). 2공장의 경우에는 4D56 엔진 조립 라인만 존재했고 그 라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2. 판결 내용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원고들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파견근로자로 인정한 근거는 아래와 같다.

가. 계약의 목적

① 사내협력업체는 도급계약서상 엔진조립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위 조합원들은 엔진조립 업무 외에 가공업무·설비청소·공장청소나 도색 작업 등을 수행했다. ② 위 조합원들이 수행하는 엔진조립은 현대위아의 영업과 관련한 필수적이고도 상시적인 업무다. ③ 현대위아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는 엔진조립이라는 일의 완성 이후에 별도로 인도나 수령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④ 사내협력업체는 엔진조립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노력과 판단에 따라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사실상 봉쇄돼 있다. ⑤ 현대위아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일반적인 도급계약과 달리 객관적인 일의 진척정도와 관계없이 업무시간의 양에 따라 대가 지급청구가 이뤄졌다고 추단할 수 있다. ⑥ 사내협력업체는 일의 불완전한 이행이나 결과물의 하자에 대해 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

나. 업무수행의 형태

① 조합원들은 현대위아가 제공한 조립 QC 공정표에 기반한 작업표준서·중점관리표·작업공정 모니터·부품조견표에 따라 조립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을 정하게 되고, 그에 따라 해당조립업무를 수행한다. 작업표준서·중점관리표·작업공정 모니터·부품조견표의 구체적인 작업지시성이 인정되고 그 작성자는 현대위아 주식회사로 볼 수 있는 이상 현대위아가 조합원들에게 직·간접적인 지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② 사내협력업체 관리자들은 단지 현대위아가 실질적으로 지시·결정한 사항을 근로자들에게 전달한 것에 불과하고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소속 근로자들 작업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③ 현대위아는 엔진생산설비, 그에 대해 설정한 운영 UPH(시간당 생산대수) 및 생산관리시스템(MES)을 매개로 사내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엔진조립이라는 업무를 엔진생산이라는 현대위아 업무수행과정에 연동해 종속시켰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계약당사자의 적격성

① 현대위아는 사내협력업체 고유의 기술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소속 근로자들의 노무제공 자체를 엔진조립 업무의 수행에 있어 보다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② 엔진조립공정에 필요한 전체인원이나 각 조립공정별 투입인원에 관한 실질적인 작업배치권은 현대위아가 가지고 있고 사내협력업체는 어떠한 근로자를 결정된 인원 한도 내에서 어떤 공정에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형식적인 작업배치권만 가지고 있었다. ③ 사내협력업체는 엔진조립에 필요한 공장, 기계 설비 및 비품을 모두 현대위아에서 무상으로 임차해 소속 근로자들에게 제공했다.

위와 같은 판결 논지는 기존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이 판시한 근로자파견 관계와 관련한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그 자체로는 새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이 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3. 판결 의의

완성차 업체에 부품 내지 모듈(엔진·섀시 등 구성품)을 생산·납품하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경우 사내하청이 만연해 있다. 뿐만 아니라 공장 전체가 100% 사내하청으로만 채워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동희오토를 포함해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현대파텍스·현대모비스 그리고 이 사건 현대위아처럼 100% 사내하청으로만 채워진 소위 비정규직 공장은 이제 쉽게 볼 수 있다.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과 관련해 근로자파견 관계에 대해 판시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원청 정규직들과의 혼재 근무 또는 원청 정규직 근무 공정과의 직·간접적인 연동이 있는 경우에만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는 견해다.

위와 같은 견해는 완성차 공장 등과 관련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에서 근로자파견 관계 성립의 근거 중 하나로 설시한 ‘원청 정규직과의 공동작업’ ‘원청 정규직과의 공간적 또는 기능적 혼재근무’ ‘정규직이 근무하는 공정을 포함한 전체 컨베이어벨트의 생산 속도 및 일정에 연동돼 이루어지는 점’ 등을 근로자파견 관계 성립의 필수요건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확대해석은 이 나라 사용자들로 하여금 공장을 사내하청으로만 채우면 불법파견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했으며, 이러한 인식은 소위 비정규직 공장 확대의 주요한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 대리인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도 “현대위아 평택공장 사내하청이 담당하는 엔진조립업무는 정규직이 담당하는 엔진가공업무와 연동이 없으며 특히 2공장의 경우에는 정규직이 담당하는 공정 자체가 없고 오로지 사내하청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조차 없다. 이러한 공장에서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업계 대부분이 근로자파견 관계가 인정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파견법 제6조의 2 3항2호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당해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이라고 규정한 것처럼 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원청 정규직 노동자(담당 공정)의 존재가 근로자파견 관계 인정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근로자파견 관계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징표는 “업무와 관련한 원청의 지휘·명령”이다. 위 파견법 제2조1호 또한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 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해서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것은 사내협력업체가 해당 업무를 고유의 전문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과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는 점을 나타내 주는 주요한 징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원청 정규직의 존재 및 원청 정규직 공정과의 연계가 없어도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아 원청의 이익 창출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파견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고 그 업무가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이라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공장을 사내하청 노동자들로만 채운들 불법파견 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호박에 줄을 긋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 판결은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자동차 부품공장에 대해 최초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이자 100% 사내하청으로만 채워진 공장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불법파견이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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