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이라는 이중파고 앞에 놓이면서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우선하는 조선업 구조조정 방식이 철강업에서 재현될 경우 향후 철강업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철강업종의 노동시장 변화와 구조조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수요부족이 심화하면서 산업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제정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일명 원샷법)은 조선·자동차·철강 등 업종의 경우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조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 간 인수합병을 손쉽게 하는 내용이다.

원샷법이 지난해 8월 시행되면서 노동계는 조선업을 할퀴고 간 구조조정 바람이 올해는 철강업계에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현대제철·동국제강·하이스틸 세 곳이 정부에서 원샷법 시행을 승인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업 종사자는 1999년 5만9천806명에서 2014년 9만4천371명으로 5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업체는 553개에서 1천683개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 철강업 호황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들이 사내하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소규모 업체가 늘어났다.

그런데 최근 철강업계는 경기부진과 각국 정부의 철강재 보호무역 강화, 중국 철강산업의 생산능력 확대와 저가 철강재 국내유입으로 인해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동연구원은 수요부진에 직면한 철강업체들이 정규직은 줄이고 사내하청을 늘리거나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산업이 쇠퇴의 길을 걷게 될 우려가 높아진다.

노동연구원은 "철강업종은 자국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기 위한 기간산업"이라며 "수급관계라는 변수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앞으로 더 큰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가격경쟁력·품질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서 설비를 감축하고 고숙련 노동자를 줄일 경우 중간재 자급률이 떨어져 제조업 전반에 대한 관리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은 "제품다각화를 위한 연구개발·설비투자는 물론 철강업종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로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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