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

강원도 춘천에서 공립유치원 방과후교육사로 일하는 김담이(35)씨는 1년에 두 차례 여름·겨울방학이 오는 게 두렵다. 학기 중에는 정교사와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학교 급식실에서 아이들 밥 먹이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보건실을 이용한다. 그런데 방학이 되면 방과후교육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김씨는 “방학에는 1인 3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인력이 없는 탓에 아프면 링거를 맞고서라도 버텨야 한다”며 “방학이 끝날 때쯤에는 진이 다 빠진다”고 토로했다.

방학엔 정교사 없고
급식실·보건실 운영 안 해


강원도 공립유치원 방과후교육사 100여명이 방학 중 2인 근무체제를 요구하며 3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는 이날 오후 춘천시 강원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파업투쟁 선포식을 열고 “도교육청의 무책임을 폭로하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며 “방학 중 공립유치원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학기 중에는 오전 정규과정은 정교사가, 오후 방과후과정은 방과후교육사가 담당한다. 2명이 한 학급을 책임지는 구조다. 하지만 방학 중에는 정교사가 출근하지 않는다. 온종일 방과후교육사 한 명이 아이들의 교육·급식·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방학 기간은 1년에 80여일이다.

방학이라고 해서 유치원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5시)과 학급당 원아수(20여명)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방과후교육사의 근무환경이 방학 전과 비교해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육사들은 매번 방학 때마다 2인 근무를 요구했다. 지부에 따르면 홀로 근무해야 하는 방과후교육사들은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물을 최대한 적게 마신다. 생리를 늦추는 약을 복용하는 교육사들도 적지 않다.

강원도교육청 “3시간 보조인건비 지급”
지부 “8시간 전일 인력 지원해야”


유치원 근무시간은 수업시간(4시간)과 수업준비·수업보조·행정업무 같은 비수업시간(4시간)으로 나뉜다. 학기 중 수업일수는 정교사와 방과후교육사 모두 180일이다. 하루 4시간꼴로 수업을 하고, 나머지 4시간은 서로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하지만 방학이 되면 방과후교육사의 수업시간은 보조업무자 없이 8시간으로 늘어난다. 방과후교육사의 연간 교육시간(1천360시간)이 정교사(720시간)의 두 배에 육박하는 이유다.

공립유치원 정교사들은 초등학교 교원과 마찬가지로 방학 동안 자율연수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방학기간은 방과후교육과정에 속하기 때문에 정교사가 업무를 맡을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강원도에는 264개 공립유치원에 411개 학급이 있다. 도교육청 유아교육담당 장학사는 “방학 중 방과후교육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을 알고 있다”며 “도교육청에서도 이 부분을 고려해 지난달부터 하루 3시간 보조인건비를 지급해 352명을 채용하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부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보조인건비로 한 시간당 7천500원을 지원하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며 “방학 때 최소한 2명이 일할 수 있도록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날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지부는 “도교육청이 방과후교육사들에게 유아를 방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이 의지만 갖는다면 2인 근무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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