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25 일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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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 시청광장의 노동자상이장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 이장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여기 시청 로비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로 붐볐다. 현수막을 걸고 있는 사람,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는 사람, 이것저것 확인하면서 여기저기 전화하는 사람, 한걸음 떨어져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모두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후 펼쳐진 현수막을 보니 “서민 빚 탈출을 위한 부실채권 소각식”이라는 행사였다. 그리고 이 행사에는 시장도 나왔고 국회의원, 관련 기관장들이 모두 나왔다.

같은 시각 시청, 한 노동조합 간부들이 부산스러운 행사장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무표정으로 3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노조간부들이 3층에 도착하자 결국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노동자를 징계하는데 노동조합에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을 징계 당일 새벽에, 그것도 카카오톡으로 알리고 해당 노동자에게는 겨우 3일 전에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보내는 등 단체협약에 정하고 있는 징계절차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3층에서는 “노동자 무시와 혐오식”이 개최되고 있었다.

저 시청이 빚에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을까. 저렇게 시장까지 나와서 관련 행사를 할 정도인데 시청 담당 공무원은 얼마나 정성을 쏟았을까. 채무변제와 관련한 문서를 수십 번 들여다봤을 것이고, 관련 기관을 직접 찾아가서 일을 조율하고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려고 쉴 틈 없이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시장과 국회의원 같은 높은 분을 모시고 관련 행사를 치렀을 것이다.

반면 노동자를 삶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할 수 있는 일에는 그 어떠한 정성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성은커녕 기본적인 관심도 없었고, 사실 저런 무시는 무관심이 아니라 그 대상을 혐오하는 것에 가깝다. 징계를 진행할 때 관련 규정을 한 번만 읽어 봤어도, 아니 적어도 이전 사례만 찾아봤어도 저런 어이없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나 전국 지방자치단체에는 흔히 경제인이라 불리는 사업주나 사업주단체의 권익을 보호하고 각종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가 대부분 설치돼 있다. 경제 진흥이나 소상공인 지원을 목적으로 출자기관 등을 경쟁적으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주는 부서는 없다. 부서는커녕 제대로 된 노동정책조차 없으며, 담당 공무원도 없다. 주민인 노동자를 철저히 방치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에 관련된 일이 있긴 하다. 지자체 소속 노동자들을 저리 무례하게 징계하는 것 말이다.

한편 교육청도 청소년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외면하는 건 마찬가지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일부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미명하에 불법 노동에 동원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학생들의 노동권익을 보호하는 부서를 설치하지 않고 있으며 담당 공무원도 배치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강자들에게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지자체의 역할은 다양하고 중요하다. 각종 노동법률 준수 캠페인이나 노동자 권익침해 구제 지원사업부터 지역 특성에 맞는 노동정책 개발까지 상당히 많다. 우선 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어 보는 노동상담 사업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 노동 담당 공무원을 각 주민자치센터에 배치하고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자체가 노동자들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노동복지 정책을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며, 노동복지를 접한 노동자들은 지자체의 존재를 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청 로비에서 부실채권 소각식처럼 “체불임금 소각식”을 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싶다. 나아가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광장에 있는 노동자상처럼 우리 시청에도 나의 아버지처럼 평범한 노동자들의 동상이 세워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이장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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