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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소노동자 김영숙씨 정규직 출근길] "없는 사람 취급받았는데, 국회가 사람대접해 주네요"새벽 첫차 타고 국회 아침 여는 청소노동자 203명 새해부터 정규직 전환
구태우  |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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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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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숙 국회환경노조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기념 신년행사에서 새로운 신분증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 관악구 남현동 거리. 주광색 가로등 불빛이 어둠이 짙은 새벽 거리를 비춘다. 골목길에 이어진 빨간 벽돌집 불은 꺼져 있다. 24시간 대패삼겹살집에서 새어 나온 가느다란 불빛이 잠든 도시에서 빛난다.

2일 새벽 4시30분. 취객을 잔뜩 실은 N61번 심야버스가 마지막 운행을 하는 시각. 남현동 예술인마을 정류장 버스운행정보 현황판에 ‘차고지’ 표시가 하나둘 도착 예정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새벽 4시45분께 국회 청소노동자 김영숙씨가 출근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상 3도. 김씨는 검은색 패딩점퍼에 회색 털목도리를 매고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그의 하루는 새벽 4시15분에 시작된다. 남편 도시락을 싸고, 집을 나서 10분 정도 걸으면 정류장이다. 첫차 도착시간까지 5분가량 남았다. 2006년부터 10년째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이지만 이날은 기분이 남달랐다. 10년 만에 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국회사무처 직원으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청소노동자 김씨의 새해 첫 출근길에 동행했다. 김씨는 연합노련 국회환경노조 위원장이다.

   
▲ 정기훈 기자

10년 용역살이 정유년에 끝내다

김씨는 간선버스 461번을 타고 출근한다. 버스에 탑승하면 FM라디오에서 방송시작을 알리는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예술인마을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정류장은 21개. 40여분이 걸린다.

"밤새 잠을 설쳤어요. 어젯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10년의 세월이 떠오르더라고요."

버스에 자리 잡고 앉은 김씨가 건넨 말이다.

김씨는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전업주부로 지냈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식당일을 했고, 건강식품 판촉도 했다. 그러다 아는 언니 소개로 국회에 들어왔다. 그는 “높은 분들이 계시니까 임금은 월등히 많을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며 “임금은 적은 데다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국회 본관·의원회관·도서관·의정관까지, 헌정기념관을 빼고 김씨 손을 안 거친 곳이 없다. 그사이 용역업체는 2010년과 2011년, 2014년까지 세 번 바뀌었다.

매일같이 걸레를 짜다 보니 가운뎃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다.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였다. 무릎관절염은 덤이었다. 힘든 청소일보다 그를 괴롭힌 건 용역업체 중간관리자인 반장들의 횡포였다.

김씨는 “반장들이 불만이 많은 청소노동자를 청소하기 힘든 구역으로 보내거나 좋지 않은 소문을 내서 왕따로 만들었다”며 “청소물품이 부족해도 채워 주지 않아 직접 사다 쓰고 작업복이 해지면 새것을 줄 때까지 참고 입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람 취급을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 2011년 노조를 설립하고 국회에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2013년 11월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했다. 3년 넘게 직접고용 투쟁을 한 끝에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12월 203명의 청소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을 결정했다. 김씨는 기존보다 20만원 정도 오른 160만원의 임금을 받게 된다.

   
▲ 정기훈 기자

“국회의장이 송년인사, 정직원 피부로 실감”

그는 요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정세균 국회의장실에서 보낸 “2017년 새해 사랑과 희망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12월27일에는 국회사무처 직원이 찾아와 “한 해 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며 청소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용역업체 소속일 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김씨는 "10년 동안 국회에서 일하면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는데 문자와 격려를 받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203명의 청소노동자들은 같은달 27일부터 나흘간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사용자는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이다.

김씨는 “12월3일 청소노동자 직접고용을 위한 예산안이 통과된 후에도 혹시나 뒤집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냈다”며 “국회가 우리를 한 식구처럼 대접해 주는 걸 피부로 느끼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우리가 바란 건 원청인 국회가 사람대접을 해 주는 거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노조는 지난해 12월26일 송년회를 열고 직접고용을 위해 힘써 준 정세균 국회의장·우윤근 사무총장·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 3당 간사·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 정기훈 기자


"국회, 직접고용 후회하지 않을 것"

새벽 5시40분께 김씨는 국회의사당 정류장에 내렸다. 청소노동자 10여명이 그를 반겼다. 짧은 인사 끝에 “수고하세요” 하고 말한 뒤 각자 맡은 청소구역으로 갔다. 국회 본관을 맡은 청소노동자들의 출근시간은 새벽 5시15분으로 가장 빠르다. 본관 사무실 불이 상당수 켜져 있었다. 김씨는 “오늘따라 본관 건물이 너무 예쁘고 좋아 보인다”며 “환갑이 넘어 이렇게 기쁜 일을 경험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바람은 두 가지다. 직접고용 효과를 의원들과 직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국회를 더욱 깨끗이 청소하는 것과 인원을 늘리는 것이다. 국회에는 본관(81명)·의원회관(75명)·도서관(20명)·헌정기념관(7명)·의정관(24명) 등 203명의 청소노동자(관리자 4명 제외)가 일한다. 의원회관에서는 청소노동자 1명이 의원실 10곳을 청소한다. 한 명이라도 결근하거나 휴가를 가면 의원실 20곳을 청소해야 한다. 203명의 청소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77.7%다. 38.2%는 61세 이상 고령자다.

김씨는 “용역업체에 애로사항을 얘기하면 불이익을 당했는데 이제 국회 직원이 됐으니 앞으로는 좀 더 쉽게 개선될 것 같다”며 “직접고용하면 이렇게 달라진다는 걸 보여 주자고 우리끼리 다짐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렇게 기쁜 일이 다른 공공기관에 퍼져 나가 그곳의 청소노동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한겨울 같지 않게 포근한 바람이 불던 여의도 국회, 김씨는 어제와 다른 걸음으로 의원회관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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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마리온
일하면 그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노동의 댓가로 최소한 이정도는 받아야 한다라는 사회적 양심의 선은 지켜지길 바랍니다.
(2017-01-03 09: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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