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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17년을 정치혁명 원년으로하승수 변호사(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수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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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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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변호사 비례민주주의연대공동대표

2016년은 정말 격동의 한 해였다. 철옹성 같은 권력이 시민의 힘으로 무너져 내렸다. 올해 초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을 강행할 때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민심은 4월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했고,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다. 10월부터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광장에 나온 촛불시민들의 힘은 결국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는 상황까지 오게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분명 시민들의 승리였다. 시민들의 촛불이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승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승리인 것도 분명하다.

촛불혁명·시민혁명 같은 단어를 쓰지만, 낡은 체제(시스템)의 교체가 이뤄졌을 때를 ‘혁명’이라고 부른다. 아직 시스템 교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진행 중인 시민혁명이다.

그동안 역사에서 ‘미완의 시민혁명’으로 기록된 일들이 있었다. 1960년 4·19 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군사정권의 양보를 받아 냈던 빛나는 시민들의 승리였다. 그런데 왜 이 나라는 여전히 정경유착과 비선실세, 권력남용 같은 단어가 판치는 ‘헬조선’이 됐을까. 왜 노동자들과 농민들의 삶은 날로 힘들어지기만 할까.

잘못된 시스템 뜯어고쳐야 시민혁명 완성

결국은 국가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지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잘못된 시스템을 뜯어고칠 때 시민의 승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혁명으로 완성될 수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시스템을 바꾸려고 할 때에는 잘못된 시스템은 타산지석으로 삼고,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흔히 민주주의 체제를 설계하는 것은 집을 설계하는 것에 비유된다. 그리고 민주주의 역사는 잘 지어진 집이 어떤 집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국가들은 잘 설계된 민주주의 제도를 가지고 있다. 덴마크·스웨덴·독일·네덜란드·핀란드·노르웨이·오스트리아·스위스·벨기에 등의 국가들이 가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말한다. 이들 국가들은 100여년 전에 이런 선거제도를 채택했다. 유권자들의 의사가 가장 공정하고 정확하게 반영되면서도, 정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당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가시스템 개혁의 첫 번째 과제이자 입구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문제 많은 선거제도를 갖고 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괜찮은 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라"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국회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기는커녕 개악을 했다. 여야가 협상을 통해 비례대표 숫자를 오히려 축소해 버린 것이다. 2016년 4월 총선은 개악된 선거제도로 치러졌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반드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한다. 가장 공정한 선거제도다. 이런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정당이 정책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정당에 투표할 때에는 그 정당의 정책을 보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정치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노동자·농민·영세자영업자·여성·청년·소수자들의 목소리도 국회 내에서 커지게 된다. 이들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국회에서 활동할 수 있고, 기존 정당들도 정당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좋은 정책과 제도들이 도입되게 된다.

첫 번째 과제는 선거제도 개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국가, 연간 노동시간이 적은 국가, 최저임금이 높은 국가, 남녀 간 임금격차가 적은 국가는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로 택한 국가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정치구조를 낳기 쉽다.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는 분들을 흔히 보게 된다. 다당제는 정치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해 다당제 정치구조가 형성된 국가들은 오히려 정치가 안정돼 있다.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정치안정지수(Political Stability Index)를 보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국가들은 대체로 다당제를 하고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로 채택하고 있다. 2014년 발표된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191개국 중에 84위, 대표적인 양당제 국가인 미국은 60위에 그쳤다.

다당제 국가에서 정치가 안정되는 이유는 특정한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기 어렵게 되고, 여러 정당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부 정당은 계속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고, 정책이 180도로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정치의 예측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얘기하면 우리나라에도 비례대표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있다. 대한민국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의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사이비 비례대표제’다. 300명 국회의원 중에 253명을 지역구에서 뽑기 때문이다. 역대 총선결과를 보면 40% 남짓한 득표율로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사례가 많았다. 2016년 총선에서는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없었지만, 이것은 예외적인 현상이다.

최근에 논의되는 개헌도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 의원내각제 자체는 권력분산적인 제도가 아니다. 특정한 정당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면 ‘제왕적 총리’가 탄생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12년간 일방적인 정책들을 추진했던 사례가 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12년 동안 집권하고 나서 퇴임한 1990년 영국 아동 중 28%가 빈곤선 아래에 있었다. 대처의 보수당 정부 집권 시기 동안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79년 0.25에서 90년 0.34로 악화됐다.

의원내각제 권력분산적 제도 아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지금 아베 총리가 원전 재가동, 평화헌법 개정 등 불통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은 대표적인 의원내각제 국가다. 영국과 일본의 문제는 선거제도에 있다. 영국은 비례대표가 아예 없고 100% 국회의원을 지역구 1위 대표제로 뽑는다. 일본은 대한민국처럼 일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있지만, 훨씬 더 많은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뽑는다. 그래서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선거제도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같은 의원내각제 국가라고 하더라도, 독일·덴마크·스웨덴·핀란드·오스트리아·스위스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삶의 질도 높고, 부패도 없고, 정치도 안정돼 있다. 정당들이 정책경쟁과 함께 청렴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 바꿔야 하는 시스템 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다행히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시민사회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양대 노총, 비정규 노동운동 모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이다.

2017년은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2017년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예정돼 있고, 대선도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치일정 속에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바로 시스템 개혁이다.

단지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보자. 그것이 다시는 "이게 나라냐"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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