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10일 현행 퇴직금제를 ‘기업연금제’ 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노사정위원회에 도입 시기와 구체적 방안 논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IMF 직후 영세 업체나 부도 업체가 사내에 적립해야 할 퇴직급여 충당금을 불법으로 사용하거나 실제 적립하지 못해, 퇴직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 근로자의 노후 보장이 취약해졌다”면서 ‘기업연금제’ 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4월 말까지 퇴직금 체불액이 6327억원에 달하며, 회사가 부도났을 때 퇴직금 우선 변제 보장기간도 97년 8월 이후 8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노사정위 토의와 오는 11월 한국노동연구원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을 거쳐 기업연금제 도입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기업연금제란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 5인 이상 기업은 반드시 퇴직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 수는 99년 말 현재 674만4000여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83.3%에 달한다.

기업연금제는, 근무년수×1개월 치 평균 임금(누진율 적용 사업장 별도)을 회사가 사내에 적립한 뒤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업주가 금융기관에 매년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제도. 때문에 장부상으로만 돈을 적립하는 척 하거나, 퇴직급여 충당금의 전용이 불가능하고 회사가 부도났을 때 떼일 염려가 없다.

기업연금제는 크게 ‘확정 급부형’ 과 ‘확정 갹출형’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확정 급부형’ 은 근로자가 퇴직한 후 매월 일정한 금액을 받는 제도로, 금리가 떨어질 경우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 ‘확정 갹출형’ 은 매년 기업이 일정액을 내는 제도로, 나중에 퇴직자가 받게 될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

기업연금제가 실시되면 근로자는 국민연금, 개인연금(가입자의 경우)과 함께 노후가 3중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돈을 맡긴 금융기관이 제대로 운용하지 못할 경우 기업 뿐 아니라 근로자도 손해볼 수 있고, 현재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퇴직금을 많이 받도록 누진율을 적용하는 우량기업 근로자의 경우 이 제도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해외사례 =각국마다 사정이 다르다. 미국(가입비율 46%)·영국(50%)·일본(37%)은 노사 자율에 따라 퇴직금제와 기업연금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확정 급부형과 확정 갹출형을 모두 운영한다. 지급방식도 연금식, 일시금식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돼있다. 반면 프랑스·스웨덴·스위스는 강제로 기업연금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스위스를 제외하곤 모두 연금으로만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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