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중부 아프리카의 독재국가 짐바브웨 영부인 그레이스가 중국에서 구입한 물품 대금을 야생동물로 상환했다.

영국신문 더타임스는 그레이스가 콩고민주공화국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서 사들인 군복과 군화 등의 구입비를 코끼리 35마리, 사자 8마리, 하이에나 10여마리, 기린 1마리로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는 콩고민주공화국에 군대를 주둔시켜 자원 강국인 콩고를 분할통치한다. 콩고는 콩고(자이르)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크게 쪼개졌는데, 짐바브웨·앙골라·나미비아·르완다·우간다 등 주변 7개국의 군대가 주둔해 난도질했다. 주요 전선은 금·은·다이아몬드·석유·코발트·아연·탄탈 광산을 따라 이어진다.

탄탈은 밀도가 높아 열이나 녹에 강한 금속이다. 휴대전화의 주요 원료로 쓰인다. 휴대전화 대중화로 탄탈 가격은 치솟았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2000년 1킬로그램에 180유로 하던 탄탈이 이듬해 950유로로 뛰었다. 탄탈 원료인 콜탄이란 광물이 콩고에 대거 묻혀 있다. 콩고는 전 세계 콜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콩고는 벨기에 레오폴드 왕의 개인 식민지였다가 1960년 독립했다. 독립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내전 상태다. 그 사이 루뭄바·촘베·뮤리에르 등 집권자만 3명 암살당했고, 61년엔 함마쉴드 유엔 사무총장마저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콩고에서 숨졌다. 암살당한 촘베는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의 전제정치와 독재를 본받아 나라를 운영했다.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콩고는 61년 1인당 소득 67달러로, 모부투 세세 세코가 65년 쿠데타로 집권해 97년까지 통치했다. 그는 32년간 콩고를 주무르면서 50억달러를 축재했는데, 이는 61년 국민소득의 4.5배에 달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선 ‘해방’을 약속한 혁명주의자들이 제 나라 백성들에게 과거 식민주의 족쇄를 더 무거운 족쇄로 바꿔 놨다. 풍부한 아프리카의 자원이 나라발전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재앙을 불러왔다는 ‘자원 저주론’도 나온다.

30년째 짐바브웨를 다스리는 독재자 무가베(92)의 부인 그레이스(51)는 사치스런 쇼핑으로 유명하다. 타자수로 출발한 그레이스의 이름 뒤엔 ‘구찌 그레이스’가 따라다녔다. 거기까지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최근 여당의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마흔살 많은 늙은 남편의 권력승계에 나섰다. 그녀는 텅 빈 머리를 채우기 위해 짐바브웨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대학 총장이 남편 무가베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짐바브웨의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부른다. 한국엔 짐바브웨의 그레이스 같은 앙투아네트가 너무 많아 탈이다.

이렇게 말하면 비약이 심하다고 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한국은 전체 의료지출액 중에서 정부 기여분의 비율이 50%가 채 안 된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선 80%가 넘는다. 캐나다도 70%가 넘는다. 제3세계 멕시코(56%)와 볼리비아(58%)도 절반이 넘는다. 아프리카에서도 내전이 다소 덜한 케냐는 62%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 같은 수준의 낮은 정부 의료지출액을 가진 나라는 콩고(50%)와 우간다(45%)쯤 된다.

그레이스 같은 통치자가 제 얼굴과 몸치장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이, 아프리카 국민은 하루 두 컵의 쌀과 1달러의 일급을 받기 위해 죽음의 광산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연명한다. 대통령이 그러는 사이, 우리도 최저시급으로 연명하거나 그마저도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남의 나라 얘기처럼 안 들린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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