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대상판결 : 대법원 2016.11.24 선고 2015다220429 판결

1. 사건의 경과

택시 노동자인 원고들은 택시회사 A와 ‘매일 총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회사에 납입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은 원고들에게 귀속하되 별도의 고정급여는 지급받지 않는 방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택시 업계에서는 이런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을 ‘도급택시’라 부른다.

원고들은 A회사로부터 1대의 택시를 2인1조로 배당받아 1인당 1일 12시간을 배차받았고, A회사 취업규칙상 1일 소정근로시간은 6시간30분이다. 원고들은 ① 도급택시 노동자도 최저임금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며 ② A회사에서 지급받은 ‘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 등은 최저임금법 제6조5항에 따라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금액에서 제외되므로 취업규칙상 1일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의 지급을 구했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가. 도급택시 노동자인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A회사는 도급택시 노동자인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최저임금법 적용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를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상판결은 회사의 주장에 대해 “원고들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최저임금법에 따라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 ‘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 등이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임금으로 유일하게 지급받은 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으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 환급금이나 유류보조금이 최저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0원”이라고 판단했다.

즉 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과 부가가치세 환급금·유류보조금은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으므로 A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없다고 판시했다.

다. 피고의 미지급 금액

재판부는 A회사가 원고들에게 취업규칙상 1일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예를 들어 도급택시 노동자가 하루 동안 운전해 운송수입금 10만원을 벌고, 택시회사에 사납금 7만원을 납입한 뒤 남은 운송수입금 3만원을 본인에게 귀속시키되 고정급여는 전혀 받지 않았다면, 도급택시 노동자는 ‘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 외에 ‘시간당 최저임금액×근로시간’의 금액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3. 대상 판결의 의미

가. 도급택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확인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도급택시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 적용을 배제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도급택시 노동자인 원고들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임을 확인했다. 구체적인 근로형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대상판결로 인해 도급택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 택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보장

택시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임금체계는 원고들과 같은 도급제였다. 이러한 임금체계는 일정하지 않은 운송수입금 때문에 임금액 변동이 심하고, 고정급이 없기 때문에 운송수입금이 적은 때에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임금조차 보장받기 어려웠다. 반면 사용자는 도급제가 아닌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면 임금 부담이 증가된다는 점과 도급제에서는 사납금만 매출로 잡히는 반면 전액관리제에서는 운송수입금 전액이 모두 매출로 잡혀 세금이 증가하는 점, 인사·노무관리 편의성 등의 이유로 도급제를 선호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입법적 조치로서 2007년 12월27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최저임금법 제6조5항이 신설됐다. 최저임금법 제6조5항의 입법취지는 택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회사들은 여전히 도급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정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는데, 대상판결은 도급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상당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도급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본급조차 지급하지 않는 택시회사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

1988년 이래 택시의 수가 계속 증가한 반면, 대중교통 체계의 발달과 자가용차량의 증가로 2000년부터는 택시수송인원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등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택시 노동자의 월간 수입 증가율은 전(全) 산업 월간 임금 증가율의 절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택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운송수입을 얻기 위해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무리한 운행을 하게 됐고, 이는 일반국민의 안전과 운송질서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상판결로 인해 택시회사들이 더 이상 도급제 방식을 유지할 이유가 없게 되고, 택시 노동자들도 최소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상당액을 기본급으로 보장받게 돼 무리한 운행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도급택시로 인한 일반 국민의 안전과 운송질서 저해의 위험성이 감소할 수 있다.

라. 향후 과제

대상판결은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30분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택시 노동자들은 1대의 택시를 2인1조로 배당받아 1인당 1일 12시간을 배차받고,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운전을 하거나 승객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택시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운전을 하거나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을 모두 포함해 산정해야 하고, 그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이 택시 노동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한 사례는 아직 없다. 향후에는 택시 노동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임금 청구가 인정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는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는 택시 노동자가 이용자에게 받은 운임의 전액을 받아야 하는 이른바 전액관리제 시행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액관리제 도입취지는 운송수입금 전액을 사용자가 관리함으로써 도급제, 사납금제 등을 차단해 임금인상을 유도하고, 고정적인 월급 형식의 임금 지급으로 택시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회사들은 낮은 임금과 세금 문제 및 인사·노무관리의 편리성 등을 이유로 전액관리제를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전액관리제 시행을 통해 택시 노동자들에게 고정적인 임금을 지급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택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택시 노동자들의 낮은 노동조합 가입률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택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노동조합 가입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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