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1.23 목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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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사각지대 '무방비' 공공행정 종사자들업종별·고용규모별 적용제외 조항 개정 요구 높아 … 권두섭 변호사 "직무별 산안법 적용범위 설정" 제안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김일순씨는 천장에 설치된 후드를 청소하기 위해 대형 국통을 밟고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가슴을 수도꼭지에 부딪혔다. 숨도 못 쉴 정도로 아팠지만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까 병원도 가지 못하고 참고 일했다. 병원에 갔더니 갈비뼈 4대가 부러지고, 1대는 금이 가 있었다. 김씨는 "안전장치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고, 올라가서도 조심스럽게 청소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사고가 안 날 수가 있겠냐"며 "안전대책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공공행정·교육서비스 분야 비정규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현행 산안법은 사업장 규모와 사업 종류에 따라 적용을 달리하고 있다.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각급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산안법 일부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예컨대 산안법 제19조는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정했지만 공공행정부문·교육서비스업은 적용되지 않는다. 예외조항 때문이다. 산안법 제31조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31조는 노동자들이 분기별로 3~6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교육을 제공하지 않은 사업주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노동계는 이 같은 산안법의 허점으로 이 분야 작업장의 산업안전 수준이 떨어지고, 산재율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만연한 산재, 안전보건제도 사각지대=27일 오후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 전략사업단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행정 비정규 노동자, 노동안전 권리보장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토론회'에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이 올해 4~7월 공공부문에서 청소, 도로·수도 관리, 우편, 시설관리, 사무, 의료보건 관련 업무를 하는 비정규 노동자 1천1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실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공공행정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난 1년간 업무와 관련한 질병(27.7%)이나 사고부상(20.5%)을 경험했다. 치료기간 4일 이상을 요하는 질병(19.7%)이나 부상(12.6%)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공식 재해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노동부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에 걸리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질병이환율 0.05%, 사고부상률은 0.49%다. 질병이환율은 400배 가까이, 사고부상률은 25배 넘게 높은 셈이다.

산재발생 후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사후적 조치는 미흡했다. 산재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노동자들 중 27.7%만 "산재발생 후 사후조치가 있었다"고 답했다.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위가 없거나 유무를 알지 못하는 노동자도 77.2%나 됐다. 안전담당자나 보건담당자가 있다는 답변은 각각 44.3%, 28.2%에 그쳤다.

박 전문연구원은 "산업안전보건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안전·보건 관리자 선임도 낮은 상태에서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관련 정보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며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뿐 아니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건강권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지자체와 학교 현장에 산안법을 전면 적용하고, 산안법의 업종별·고용규모별 적용제외 규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별로 산안법 적용범위 설정해야"=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산안법 시행령 별표에서 상당히 많은 조항에 걸쳐 적용을 제외하는 부분은 삭제하거나 산안법 제3조(적용 범위)에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교육서비스업은 직무별로 적용범위를 설정하도록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권 변호사는 "산안법 제3조2항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 3년마다 적용제외 사업과 직무의 재해율 등을 검토해 적용범위 확대를 위한 시책을 마련하게 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재검토와 적용범위 확대논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민간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법률을 만들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에 대한 현행 산안법상 일부 적용제외 근거문구를 삭제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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