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경주지부, 금속노련·화학노련 조합원 50여명이 26일 오후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요청 심문회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련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1천500여곳에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최근 경북노동위원회에서 단협 시정명령 의결요청 심의가 잇따르면서 노정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노동부는 올해 4~6월 1천503곳에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단협을 자율적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자율개선을 하지 않은 사업장은 노동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사법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노동계는 "내년 교섭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적법하게 개정하면 될 일을 정부가 강압적으로 개입해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포항시·경주시 "단협 시정명령 의결요청 취하"

경북지노위는 26일 오후 경주시가 요청한 금속노련 산하 쏠라이트노조·영신정공노조·아진카인텍노조를 포함한 5개 사업장 단협 시정명령 의결요청 사건을 심의했다. 경주시는 △유일교섭단체 △장기근속·정년퇴직자 자녀, 업무상 또는 업무외 질병·상해 재해자 자녀 우선특별채용 △노조사무실 운영비 제공 조항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노총 경주지부와 금속노련·화학노련 조합원 50여명은 심문회의 중단을 요구하며 경북지노위를 항의방문했다. 경북지노위의 시설보호요청으로 배치된 경력에 막혀 심문회의장에는 소수만 들어가 참관했다.

그런데 경주시는 지노위 심의 결과와 무관하게 취하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내년 교섭기간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경주시가 받아들였다"며 "경북지노위에 취하서를 제출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이날 단협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한 사업장 12곳 중 7곳에 대한 취하서를 경북지노위에 제출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노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정부에) 과잉충성해 각 지청과 지자체에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 10~11월 접수된 69건의 단협 시정명령 의결요청 중 53건이 경북지노위에 몰려 있다. 대구지방노동청(3건)·대구서부지청(7건)·포항지청(19건)·구미지청(2건)·경상북도(1건)·포항시(14건)·경주시(7건)가 요청한 사건들이다.

노동계, 유일교섭단체는 "개정 검토"
노조운영비·인사경영권 동의는 "타협 불가"


노동계는 내년 노사 교섭 때 노동부가 위법·불합리하다고 분류한 조항 중 일부는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유일교섭단체 조항 같은 복수노조 시행 후 사문화된 조항들은 개정하거나 폐지해 문제될 소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 업무상 또는 업무외 질병·상해 재해자 자녀 등 우선특별채용 조항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다른 구직자와의 차별 문제를 고려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무상재해 또는 질병, 회사 귀책사유로 퇴직한 노동자 자녀를 우선채용하는 단협 규정 같이 합법성이 인정되는 규정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노조운영비 지원 조항과 인사·경영권 사항에 관한 노조의 동의권 조항이다. 노동부는 주기적이고 고정적인 운영비 원조를 부당노동행위로 보는 반면, 노동계는 "노조의 적극적인 투쟁의 산물이고,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의사로 볼 수 없다"며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인사·경영사항 관련 노조 동의권 규정은 사용자의 이행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사측에 노조법에 따른 단협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위법사항도 아니고 시정명령 대상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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