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4일 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했던 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증거가 쏟아지고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시점이었다. 100명의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 중 13명이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을 올해 국민이 뒷목을 잡게 만든 최악의 발언 1위로 선정했다.

박 대통령은 9분3초간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 추진된 일"이라거나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거듭된 유체이탈 화법에 공분이 일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는 각종 패러디를 양산했다. 유행어를 대통령에게 빼앗긴 개그맨들은 '이러려고 개그맨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한 해였을 터. 국민은 '이러려고 세금을 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한 해였다.

10월25일 1차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 유출된 것과 관련해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한 말은 3명이 최악의 발언으로 선택했다. 최악의 발언 2위는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10명) 발언이다. 나 전 기획관은 7월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민중은 개돼지다" 혹은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나 전 기획관은 "본심이 아니었다. 취중에 와전됐다"고 주장했지만 교육부는 같은달 19일 그를 파면했다.

촛불민심을 폄훼했다가 '촛불의 적'이 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은 3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안' 통과를 반대하며 "오늘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촛불에 밀려서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의 오욕이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틀 뒤 열린 4차 촛불집회에서는 전국에서 100만개의 촛불이 켜졌다. '촛불'을 '횃불'로 만든 김 의원의 발언을 8명이 최악으로 꼽았다.

전국의 부모와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최순실 딸 정유라, 2014년 12월 페이스북)라던 말도 최악의 발언으로 뽑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도 목록에 올랐다. 이 장관은 10월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과 서울대병원이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미루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모든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연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적 노사관계를 부정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한 최악의 발언이다.

한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9월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경한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만 골몰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고 한 발언을 2명이 최악이라고 써냈다. 이 발언으로 김 전 대표는 올해 8월 법원 조정에 따라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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