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가 사실보다 변명을 담으며 독재통치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냉전반공주의와 성장주의 기조 속에 박정희 정권 시기 경제성장이 미화된 반면 노동 분야 서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시교육청과 역사교육연대회의가 22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현대사 서술 분석 긴급발표회’를 열었다. 박정희 정권 시기를 집중 분석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성장주의 기조 아래 박정희 정권 시기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유신체제기에 중화학공업화를 중심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뤄졌으며, 억압적 통치는 경제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었다는 기조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 분석’을 맡은 정진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관권경제를 통해 성장한 재벌의 문제와 빈익빈 부익부 심화, 심각한 노동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유신체제의 등장과 중화학공업의 육성’ ‘민주화운동과 경제성장’ 부분에서 유신체제 시스템만 개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중화학공업에 대한 중복투자 문제와 외부경제에 좌우되는 경제구조 취약성, 부의 불균등한 분배와 노동문제 심화 등은 언급조차 없다.

특히 ‘중화학공업의 육성’ 부분에서 경제성장 주역으로서 재벌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이병철·정주영을 박스기사로 처리했다. 정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이 갖는 친기업적이고 반민중적 성격을 감춘 채 판잣집 철거·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운동 탄압 등 ‘민’의 생존권과 관련한 사안을 경제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은 고려대 교수(한국사학과)는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열악한 노동여건은 1970년대 후반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노동 문제는 단지 노사갈등 문제로 국한되고, 유신시대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서술 없이 종종 정치적 사건을 일으키는 사안으로 정리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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