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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일했는데 대가 못 받고 병만 얻었네서울노동권익센터 '청년 심야노동 종사자 실태조사' 결과 공개
20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서울시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일한 문아무개(32)씨는 늘 아프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통에 몸이 아프고, 진상 손님들 탓에 마음도 아프다.

문씨는 "오래 서서 일하다 보니 하지정맥류 증상이 생기고, 허리통증도 심하다"며 "한 달에 보름 넘게 빵과 커피로 끼니를 때웠더니 위장병과 변비증세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일 진상손님들과 전쟁을 치르는데도 대응 매뉴얼이 없는 데다, 사장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인권침해가 심각해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문씨는 얼마 전 요식업중앙회 의무교육에 갔다가 크게 놀랐다. 공인노무사가 업주들에게 포괄임금제로 여러 수당 요구들을 어떻게 피해 가는지 알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영향을 받았는지 사장이 포괄임금제를 주장하며 직원들의 연장수당·야근수당·휴일수당을 무력화했다"며 "서울시가 나서 모든 업체의 노동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간·주휴수당 안 주려고 '꺾기'

시급 올려 주기 '꼼수' 횡행




야간에 편의점·커피숍·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노동권과 건강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소재 편의점·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에서 심야에 일하는 만 19~29세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노동·건강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이 야근수당이나 주휴수당 없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과 수면장애, 술 취한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성희롱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반면 규제나 감시,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센터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걸스카우트연맹회관에서 열린 '심야노동 종사자 실태조사 최종보고 발표회'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심야노동 종사자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조사 대상자들은 법으로 정해진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대부분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받았는데, 야간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였다. 밤 10시부터 아침 6시 사이에 일한 경우 보통 시급의 1.5배를 받아야 한다. 심야에 일하면 올해 최저임금 6천30원의 1.5배인 9천45원 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종사자들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시급을 받고 있었다. 예상대로 "법을 지켜 달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A씨(25)는 "빵이나 음료를 주기 때문에 야간수당을 달라고 하기 애매하다"고 털어놓았다.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꺾기' 관행도 여전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B씨(20)는 "매니저가 '일하는 사람은 많고 손님은 별로 없으니까 집에 갈래'라고 묻는 걸 봤다"며 "조퇴사유는 개인사정이라고 쓰라고 했다"고 전했다.

야간에 일하다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주로 베임·화상·근골격계질환이다. 특히 베임사고는 편의점(62.7%)·커피전문점(45.9%)·패스트푸드점(32.6%)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매장에서 자가 치료를 했다. 병원을 가야 하는 경우에도 산재처리시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거나 매장 매니저 또는 사업주가 부담했다.

취객 등 고객에 의한 폭언, 물리적 폭력도 잦았다. 전체 조사 대상 중 159명(31.4%)이 폭력을 경험했다. 언어폭력(30.6%)이 가장 많았고, 물리적 폭력(3.6%)·성희롱(3.4%) 경험도 있었다. 이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나 비상벨·안전교육은 없었다. 조사 대상 중 76명(15%)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만 19~29세 우울장애유병률(8.2%)의 두 배에 가깝다.



"정부·지자체가 야간노동자 노동·건강권 살펴야"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알바노조 대학사업팀장은 "야간노동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서울시 조례를 통해 야간수당을 근로기준법상 기준보다 두 배 늘리고 밤 11시 이후에는 서울시에서 허용한 몇몇 가게를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셧다운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특히 "야간노동자들의 정신적 부침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며 "심야노동 종사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나 마음치유 프로그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진용 서울시 일자리정책담당관 청년일자리팀장은 "서울시가 근로감독 권한이 없어 기초고용질서 준수를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실태조사, 캠페인을 통해 사업자와 시민들에게 기초고용질서를 알려 나가겠다"며 "내년에는 아르바이트 청년의 자존감 회복과 심리치료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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