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원청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김동현)는 현대위아 사내하청 비정규직 88명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현대위아는 자동차 엔진을 생산해 현대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평택 1·2공장 사내하청업체들은 해당 업체 명의로 비정규직들을 채용해 작업현장에 투입했다. 원청인 현대위아와 다른 별개의 취업규칙에 따라 인사권·징계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했다.

1·2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88명은 2014년 12월 "원청인 현대위아는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들에게 직접고용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에서 부품을 받아 엔진을 조립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업무 전반에 대해 "피고(현대위아)의 영업과 관련한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내하청업체는 스스로의 노력과 판단에 따라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사실상 봉쇄돼 있어 통상적인 근로자공급업체와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며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업무시간의 양에 따라 대가 지급청구가 이뤄진 것으로 추단된다"고 판시했다. 하청업체가 도급업체로서 형식을 갖추지 못한 만큼 사내하청 비정규직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해당 판결은 100% 비정규직으로만 운용되는 자동차 부품공장 확산을 규제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비정규직들을 대리한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원청이 하청 비정규직의 작업방법·작업시간·작업량 등을 직접 지휘·명령했다면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며 "비정규직·정규직이 혼재돼 일하는 경우가 아니라 100% 비정규직으로만 구성되더라도 불법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서광수 금속노조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장은 "원청은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현대위아 노동자로서 떳떳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항소·상고를 포기하고 정규직 전환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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